↑ 김종우 감독은 `홈`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냈다. 제공 | 필앤플랜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김종우 감독(36)의 첫 장편 데뷔작 ‘홈’은 열네 살 어린 소년이 세상에 홀로 남겨졌을 때 손을 내밀어준 새로운 가족 덕분에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다른 형이 있다는 그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영화 속에 녹여내며 진정성을 더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데 그게 표현 안 될까봐 걱정했다”고 밝힌 김종우 감독은 어린 소년 준호(이효제 분)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역 배우들과 촬영이 쉽지는 않았다고 밝힌 그는 오히려 가장 힘들었던 건 날씨였다고 했다. 김종우 감독은 “날씨가 안 도와줘서 고생했다. 내부에서 찍으면 날씨가 좋다가도 밖으로 나가면 안 좋았다. 태풍도 오고 하늘이 흐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촬영을 진행해야 했기에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아역 배우들의 하루 촬영 분량을 고려하다보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이효제를 비롯해 임태풍 , 김하나는 쉬는 시간 장난을 치다가도 촬영만 들어가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 영화 `홈`의 김종우 감독은 이효제, 임태풍, 김하나 등 아역배우들을 칭찬했다. 제공 | 필앤플랜 |
특히 시나리오 단계부터 주인공으로 생각한 이효제는 김종우 감독을 놀라게 했다. 그는 “처음부터 그 친구를 생각했지만, 이렇게 쉽게 될 줄 몰랐다.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오히려 더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이)효제가 ‘같이 살고 싶어요’라고 외치는 신을 정말 잘해줬어요. 준비도 많이 했고 효제가 고민도 많이 했어요. 촬영하면서 효제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는데, 덤덤하게 연기하는데 많이 놀랐죠.(웃음) 극중에서 효제가 태풍이에게 ‘가라’고 하는 대사가 있어요. 그냥 글로 보면 이상할 수도 있는데, 효제가 그 대사를 하는데 제가 원했던 만큼 해줘서 정말 놀랐죠. 제가 어떤 느낌을 말한 것도 아닌데, 그런 걸 표현해줬어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담기 위해 김종우 감독도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친구이자 유일한 성인 배우 허준석의 도움이 컸다. 두 사람은 김종우 감독의 단편 영화 ‘북경 자전거’을 통해 처음 만났다.
김종우 감독은 허준석에 대해 “되게 재미있는 친구”라며 “유쾌함에서 나오는 어설픈 매력이 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원제와 닮아있다고 생각했고 그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허준석이) 아빠가 아니다보니 연기를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역 배우 어머니들께 많이 물어보면서 열심히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준석이가 있어서 좋았고 고마웠다. 아역 배우들을 많이 챙겨줬고, 분위기를 띄워줘서 제 역할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 김종우 감독이 장편 데뷔작 `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 | 필앤플랜 |
영화 속 곳곳에는 김종우 감독의 인생과 삶이 묻어난다. 축구를 좋아하는 준호의 모습은 농구를 좋아했던 김종우 감독과 닮아있다. 어릴 때 운동선수를 꿈꿨다는 그는 집안 형편 때문에 포기했다. 이후 꿈 없이 살아왔다. 공업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했고 돈을 모아 호주로 떠났다. “뭘 할지 정하고 돌아와야지”라는 마음으로 갔던 그곳에서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찾았다.
김종우 감독은 호주에서 영화 작업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꿈을 키웠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늦은 시작인만큼 더 열심히 뛰었다. “뜨거운 것도 만져봐야 아는 성격”이라는 그는 동기들이 영화를 찍을 때면 어떤 일이든 참여했고, 덕분에 많은 배움을 얻었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김종우 감독. 단편 영화 ‘하루’(2010)를 시작으로 첫 장편 데뷔작 ‘홈’까지.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다. 어쩌면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소속감’이 중요한 키워드라는 것.
“여럿이 함께 하는 게 좋다”는 김종우 감독은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왜 소속감에 대한 걸 담는지 모르겠다”며 “아직은 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여러 자리에 가죠. 그럴 때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껴요. 어떻게 보면 그건 소속감을 갖고 싶은 감정과 같다고 생각해요. 아예 같다고 할 수 없지만 통하는 게 있어요. 그런 것들을 영화 속에 담고 싶어요. 앞으로 더 많이 해 보면 왜 소속감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 김종우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데 `소속감`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말했다. 제공 | 필앤플랜 |
많은 고민 끝에 찾은 첫 꿈이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김종우 감독은 “어느 한순간 나를 잡아주는,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주는 영화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팍 찌르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모여 영화를 만드는 일이 ‘소속감’을 느끼게 해줘서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는 영화를 통해 “사람들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 전에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다. 영화 속 캐릭터를
“‘홈’은 제가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에요. 시작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아쉽기도 하고요.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고 떨어져 있어도 가족이라는 걸 전달하고 싶었어요.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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