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뻔한 듯 뻔하지 않고 가벼운 듯 가볍지만은 않다. 예술 영화인 듯 대중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은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좋은’ 영화다.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을 담백하고 유쾌하게 담아내 일찌감치 평단의 호평을 받은 ‘어른도감’(감독 김인선)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예상대로, 아니 기대 이상이다.
이른 바 패밀리 비즈니스? 시작은 다소 뻔하다. 두 살 때 엄마는 집을 떠났고, 중학생이 되자마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혼자 남은 이 소녀 앞에 갑작스레 나타나 보호자가 되겠다는 삼촌. 보험이니 상속이니 하는 말마다 수상쩍은 그는 급기야 부녀 사칭 사기극을 제안한다. 철없는 삼촌과 철든 조카가 갑자기 만나 특별한 가족이 돼가는 이야기, 두 사람은 과연 진짜 특별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얼치기 사기꾼 재민(엄태구)은 여자들의 마음과 돈을 훔치기가 일수인 사기꾼 아닌 사기꾼이다. 누구의 마음이든 홀릴 매력이 있지만, 어떤 마음도 책임질 용기는 없는 몸집만 큰 애어른. 반대로 경언(이재인)은 똑똑하고 야무지고 뭐든 척척 해내는 애어른이다. 혼자 남겨졌지만 알아서 잘 해낼 것 같은 동시에 이렇게 일찍 철들어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묘한 씁쓸함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
![]() |
감독은 장르 영화를 다뤄내는 신선한 감각과 여성 주인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버무려 뻔한듯 뻔하지 않은 강력한 서사의 힘을 보여준다. 안 어울릴 듯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두 사람의 케미를 한 축으로, 쉽게 ‘선이냐 악이냐’를 판단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인생사를 다른 한 축으로, 여기에 중년의 싱글 여성의 삶을 맛깔스럽게 양념으로 친다. 그리곤 결국 아프고 외롭고 상처 입은 이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고도 건강하게, 유쾌하고도 담백하게 풀어낸다.
![]() |
한편,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회차 매진을 기록하고 넷팩상을 수상하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어른 도감’은 ‘2018 시카고아시안팝업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되며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김인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엄태구 이재인이 출연한다. 오는 23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92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