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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을 향한 신뢰마저 빼앗겼다. ‘범죄도시’로 인한 후광도 비로소 끝이 난 듯하다. ‘테이큰’의 리암 니슨이나 ‘아저씨’의 원빈에도 한 참 못 미치는, 진부하고도 퇴보한 히어로 ‘성난 황소’다.
‘성난황소’(감독 김민호)는 예상대로 오롯이 마동석에 기댄 액션 영화다. 거친 과거를 뒤로 한 채 성실하게 살고 있는 러블리 순정남 동철(마동석)이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된 아내(송지효)를 구하는 내용을 담는다.
동철의 아내 지수(송지효)는 동철을 새 사람으로 만들고 꽉 쥔 채 살고 있다. 천성이 착해 툭하면 사기를 당하는 동철의 빚을 갚기 위해 치매 요양병원은 물론 식당일 등 쉼 없이 일한다. 이런 아내를 위해 동철은 매번 한 방을 노린다. 빚도 갚고 지수를 호강시키고 싶은 마음에 몰래 대출까지 받아 이번엔 킹크랩 장사에 눈을 돌린다.
그렇게 빚에 허덕이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웃음을 잃지 않는 두 사람에게 어느 날 기태(김성오)가 다가온다. 여자들을 납치해 해외에 팔아넘기는 사업은 기본, 어려운 상황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만 보면 속이 뒤틀리는 뼛속까지 사악한 남자다. 그런 기태는 거침없이 자기 할 말을 하는 당찬 지수의 모습을 보곤 그녀를 납치해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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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은 뻔하다. 이번에도 마동석의 이미지를 백분 활용하고, 강력한 맨몸 액션을, 마동석의 힘에 기대 끌어간다. 전개는 쉽다 못해 안일할 정도다. 여느 마동석표 영화와 마찬가지로 웃음을 위한 콤비 플레이가, 대척점에 있는 악랄한 악역이, 휴머니즘 메시지가 녹아있다.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지만, 장점들이 식상해지자 상대적으로 진부한 단점들은 보다 부각될 수밖에 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휘몰아치는 전개에 제대로 몰입하기도, 응징의 엔딩에 이전 만큼의 통쾌함도 느끼기 힘들다. 웃음 코드 또한 마찬가지.
나쁜 악당이 건들자, 착한 주인공은 화가 나고, 알고 보니 그 주인공은 엄청난 과거와 힘을 지닌 고수였고. 괴짜 조력자들이 합류해 주인공을 돕자, 그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악당을 물리치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 물론 그럼에도 편안하게 즐길 여지가 있긴 하지만, 이미 주인공인 마동석조차 똑같은 캐릭터로 연이어 노출을 해 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중심축이 진부하니 곁가지가 아무리 화려한 들 불안할 수밖에.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에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보이는 그대로가 다인, 전형적인 쉽게 즐기는 팝콘 무비지만 감독의 의도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