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016년 4월 치러질 20대 총선을 불과 100여일 앞두고 새로운 선거구를 획정하는데 결국 실패했다. 1일부터 모든 선거구가 사라지는 ‘선거구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비상사태를 초래한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까지 여야는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작년 말까지 선거구 최대·최소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지 못할 경우 기존 선거구가 무효화된다고 결정했음에도 여야가 1년 2개월의 기간 동안 허송세월만 하다가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기존 예비후보도 메일 발송 등 선거운동 제한
가장 큰 문제는 4월 총선의 공정성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구가 모두 사라지면서 현행법상 예비후보들의 자격은 박탈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선거운동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비후보들이 현역의원과 비교해 불이익을 받게 되면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공정성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12월 31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하라고 결정을 내렸는데 못하고 있으니 차기 20대 총선 관련 모든 부분이 정당성이 없어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선관위는 궁여지책으로 일단 8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단속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새로운 선거구가 획정될 때까지 신규 예비후보 등록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예비후보는 반드시 선거구를 정하고 등록을 해야 하는데 선거구 자체가 없으므로 등록도 안되고 예비후보 자격을 부여받을 수도 없으며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기존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도 제한받는다. 대량의 문자메시지나 메일, 홍보물 발송이 제한된다. 선거사무소의 사무원을 교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예비후보들은 대량 문자메시지나 메일을 보내기 전에 선관위에 신청하고 해당 내용을 알려줘야 하는데 현행법상 이들은 예비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될 사람들이라 우리가 신청을 받을 수 없다”며 “신규 예비후보 등록을 해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선거구가 모두 사라지면서 현역 지역구 의원에 대한 법적 지위 논란도 일고 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선거구가 없어지니까 현역 의원들의 근거도 없어지는 것 아니냐”라며 “장기적으로는 국회의원들이 선거구를 만지지 못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낙선한 후보들을 중심으로 불평등선거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국회의 선거구획정 지연에 따라 참정권을 침해받았다는 헌법소원 및 선거무효 소송 폭증이 우려되고 국가나 국회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도 있다.
방승주 한양대 교수는 “예비후보자들 입장에선 현역의원들에 비해 선거운동에서 제한을 받은 만큼 선거 후 헌법재판소에 평등권 침해를 근거로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며 “국회가 큰 법적 혼란 사태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예비후보 반발 “현역 기득권 지키기”
예비후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전현희 전 의원은 “법을 잘 알고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 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강제로 예비후보자가 법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상황으로 만들어 놓은 것 자체가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이는 현직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에 출마 의사를 밝힌 한 지역 정치인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이미 지역사회에 얼굴을 알린 현역 의원과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 떨어지면 다른 예비후보자들을 모아 헌법 소원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안팎에서 비난 봇물이 일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권상정 절차에 들어갔다. 정 의장은 먼저 1일 0시를 기해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현행 지역구 246석 등 획정기준을 제시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0시부터는 입법 비상사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일 0시를
[우제윤 기자 / 김강래 기자 /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