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아르헨서 군부독재 희생자 추모…"벽에 적힌 것이 희생자 이름인가"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첫 일정으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헌화하고 희생자를 추모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29일) 오후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검정 정장 차림으로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국립역사기념공원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무차별적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자 부에노스아이레스시 북쪽 라플라타 강변에 조성됐습니다.

아르헨티나는 1955년부터 1983년까지 모두 8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고 그중에서도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비델라 정권의 통치는 이른바 '더러운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잔혹하고 억압적이었습니다.

군부세력은 정치·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미명 하에 국가재건 목표를 내걸고 반체제 성향의 사회·노동 운동가와 지식인들을 납치·불법구금·고문·살해했습니다.

당시 희생자는 약 3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문 대통령은 실종 및 사망 시기별로 실종자·희생자의 이름과 나이가 적힌 네 개의 벽을 따라 400여m를 걸어서 이동하며 공원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벽에 적힌 것이 희생자들 이름인가", "지금도 실종자들이 추가로 발견되면 벽에 이름을 추가하는가" 등을 물으며 유심히 벽에 적힌 내용을 바라봤습니다.

공원 관계자는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되면 이름을 추가한다"며 "희생자 추념비를 라플라타강 옆에 세운 것은 군부독재 시절 비행기로 사람들을 강에 빠트린 적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추가로 밝혀진 가해자들을 처벌하는지 묻자 이 관계자는 "지금도 가해자를 색출하고 처벌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사회 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는가"라고 물었고 공원 관계자는 "아직 시민사회는 정의를 요구한다"며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문 대통령은 '5월 광장 어머니회'의 역사가 기록된 책을 선물받고 라플라타 강변에 있는 헌화 장소로 이동해 국화를 강에 던지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도 했습니다.

5월 광장 어머니회'는 1994년 6월 한국 민주화가족운동실천협의회(민가협) 및 재야단체 초청으로 회원 일부가 방한했고, 이들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2015년 6월 광주에서 열린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에게 민가협이 전해준 선물과 직접 준비한 나비 브로치를 전달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나비는 희망·행복을 뜻합니다.

민가협이 준비한 선물은 1994년 6월 민가협 측과 5월 광장 어머니회원들이 만났을 때 찍은 사진과 당시 착용했던 보라색 수건, 부채 등입니다.

브로치가 부족하자 김 여사는 청와대 관계자에게 "더 준비해서 모두 달아드리도록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을 다 찾기 바란다"고 인사하고 공원을 떠났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