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문서 위조 수억대 땅 '꿀꺽'

【 앵커멘트 】
남의 땅을 자기 것인 양 팔아치운 신종 토지 전문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땅 주인의 행방이 불분명한 곳만 골라서 미국 시민권자인 것처럼 둔갑시켜 매매 서류를 위조했는데 법원에서조차도 깜빡 속아 넘어갔습니다.
정원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38년간 공터로 버려져 있던 서울 장안동의 한 나대지입니다.

한 건설업체가 이 땅을 사서 빌라를 지었는데 정작 땅 주인 이 모 씨는 생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 누가 땅을 판 걸까.

57살 유 모 씨 등 일당 6명은 이 씨가 땅을 판 것처럼 매매계약서를 위조하고 건설업체에 팔아넘겼습니다.

▶ 인터뷰 : 이주석 / 장안동 주민
- "자기가 이 땅을 위임을 받았다, 이OO란 사람한테…. 그러면서 우리 집사람한테 이 땅을 곧바로 팔려고 한다."

이들의 사기 수법은 교묘하고도 치밀했습니다.

먼저 땅주인의 행방이 불분명한 땅을 찾고서 외국인은 인감증명이 필요 없다는 점을 악용해 소유주를 미국 시민권자로 둔갑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소유주의 미국 거주 확인서와 자신들에게 팔았다는 매매계약서를 미국 법률사무소와 주 정부가 인정하는 것처럼 꾸몄습니다.

▶ 스탠딩 : 정원석 / 기자
- "이들은 위조한 미국 문서를 국내 법원이 받아들이도록 국가 간 공문서 효력을 인정하는 '아포스티유'까지 위조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6개월 만에 땅 2곳과 토지 수용 공탁금 등 10억여 원을 가로챘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토지 15곳과 건물 등 138억 상당을 가로채려 했지만, 원소유주가 아닌데도 공탁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검찰에 결국 덜미가 잡혔습니다.

MBN뉴스 정원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