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MSN’에 가려졌을 뿐, 문지기 클라우디오 브라보(33)는 FC바르셀로나의 핵심 자원 중 하나다. 신장(184cm)은 크지 않지만, 몸놀림이 날렵하고, 실수가 드물며, 패스 정확도가 높아 빌드업 시에도 활용도가 높아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의 ‘NO.1’으로 자리매김했다.
칠레 대표팀에서도 2004년 국가대표로 데뷔한 이래 강산이 한 번 바뀔 동안 꾸준히 대표팀 골문을 지켰다. A매치 경기수는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 참가한 23명의 칠레 선수단 중 가장 많은 102경기다. 거기에 주장 완장까지 달았다. 수문장으로서, 주장으로서, 베테랑으로서 책임감이 막중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2015 코파 아메리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브라보는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무슨 이유에서인지 연일 기대를 밑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만 5골을 허용했다.
↑ 파나마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연출한 칠레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 사진(미국 산타클라라)=AFPBBNews=News1 |
조별리그 2차전 볼리비아전에서 허용한 야스마니 캄포스의 UFO 프리킥, 아르헨티나전에서 수비 발에 맞고 굴절한 에네르 바네가의 슛은 막기 어려웠다 치더라도 파나마전에서 허용한 2골은 방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후반 30분 상황부터 보자. 프리킥 상황에서 파 포스트 인근에 머물던 압디엘 아로요는 문전을 향해 방아찧기 헤더를 시도했다. 브라보는 공이 오는 방향에 버티고 서서 날아오는 공을 두 손바닥으로 쳐내려 했다. 그러나 손을 스친 공은 그의 머리 넘어 골문 안으로 향했다. 동료 아르투르 비달의 표정에서 얼마나 허무한 실점이었는지가 읽혔다.
의견은 분분하겠으나, 전반 5분 실점 상황도 브라보라면 선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파나마의 미겔 카마르고가 때린 중거리 슛이 기습적이고, 우측으로 휘었으며, 바운드가 되긴 했으나, 슛을 쏜 지점이 골문에서 먼 지점이었고, 골키퍼 방향으로 날아왔다.
코파아메리카 공식 리뷰에는 브라보가 ‘잘못 처리했다’(Mishandle), ‘머뭇거렸다’(Flumbling)는 표현이 등장했다. 2실점 모두 브라보의 실수
경기에선 칠레가 에두아르도 바르가스, 알렉시스 산체스의 멀티골에 힘입어 4-2로 승리했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만약 2개의 실점으로 패했다면 칠레는 8강에 탈락할 뻔했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길, 브라보의 표정은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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