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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여파로 최근 기업 구조조정 등이 잇따르면서 시중은행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실례로 은행보유 부실채권은 2007년 10조원대에서 지난해 33조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에서 대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01%에서 지난해 297%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는 새 먹거리 찾기로 생존경쟁 모드로 돌입할 방침이다."(A은행 00임원)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각 시중은행장들이 올 여름휴가를 반납, '생존 돌파구 찾기'작업이 한창이다.
금융권에따르면 주요 금융사 20여 곳중 여름휴가 계획을 잡은 CEO는 3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각 은행장들이 직접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행보에 집중, 위기타파의 실마리를 발로 뛰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찾는 '현장경영'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
이는 일선 현장의 체감경기를 파악하고 현장의 고충을 바로 반영, 서로 윈윈(Win-Win)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 급락, 1조3000억원에 그쳤다. 실적부진속에 은행권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시장금리 안정세에도 은행의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가 축소된 게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희망 징검다리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희망 징검다리 투어는 전국 테크노벨리, 과학벨트, 산업단지 등에 위치한 100여개 중소·중견기업을 현장 방문해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십여개 이상의 업체를 방문하는 이 행장은 전용차도 다인승인 카니발로 바꿨다.
바쁜 일정상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목적도 있지만 고급 세단을 타고 중소기업을 찾는 건 고객을 대하는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이순우 행장의 트레이드 마크는 고객에 대한 90도 인사다.
고객을 만날 때나 기업 관계자를 만날 때면 그는 항상 90도로 인사한다.
갖고 있는 명함도 여러 종류다.
카톨릭 신자를 만날 때는 세례명이 있는 명함을, 시작 장애인을 만날 때는 점자가 기록된 명함을 건넨다.
권위의식 없이 몸을 낮춰 고객에게 다가가는 사려 깊은 태도가 몸에 밴 것이다.
사실 이 행장은 젊은 시절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중·고등학교 입시에 모두 실패했고, 대학도 두 번이나 떨어졌다. 고시 도전 역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 같은 실패의 경험이 고객을 향한 이순우 행장의 겸손하고 낮은 자세를 만들었다.
올초 약 26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금고 선정에 다시 선정되는데도 이 행장의 발로 뛰는 현장영업이 한 몫 했다.
그는 서울시는 '고객이 아닌 한 몸'이라는 생각으로 서울시금고 재선정 과정에서 입찰 프레젠테이션에 예고없이 찾아가 직원들을 격려할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전국 주요지역 중소기업들과 영업점을 방문해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는 현장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현장경영은 직접 몸으로 뛰며 현장의 체감경기를 파악, 고충과 금융애로사항 등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즉각 반영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모색키 위한 것.
이에 따라 서진원 은행장은 최근 부산·울산 및 창원·경남지역을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해 우선 기업과 상생을 위한 현지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서 행장은 이 자리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국내 경제 또한 내수가 살아나지 않은 가운데 환율마저 급락하고 있어 기업들의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고객의 어려움을 먼저 살피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말했다.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가 "과거 자금난 등으로 부채비율이 1만4000%를 초과해 타행들의 외면을 받았는데 신한은행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직접적인 도움을 줘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히자, 서 은행장은 "은행과 기업(고객)은 끝까지 함께 뛰는 아름다운 관계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서 은행장은 동(포항남금융센터), 서(목포금융센터), 남(창원금융센터), 북(속초금융센터)단에 위치한 영업현장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가졌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전국 18개의 지역본부와 영업점 등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오는 10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포스트차세대시스템 오픈을 앞두고 10개 영업점에서 첫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휴일에 나와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 테스트 점검을 위해 일일이 지점을 방문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도 현장중심의 '소통 리더십'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서울 강동영업본부 중소·중견기업 10여개를 초청해 좌담회를 실시한 데 이어 이달까지 경수인 및 지방 소재 영업본부를 방문해 좌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임직원들의 성화에 못이겨 휴가를 떠나는 김주하 NH농협은행장도 경북을 시작으로 전남, 전북, 충남, 충북, 경기, 강원, 제주, 경남 등 9개도를 잇달아 찾는'릴레이 현장경영'을 최근 마무리했다.
특히, 김 행장은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은행장에 오르기 전에 이미 30년 이상을 내부에서 근무했던 '정통 농협맨'인 만큼 직원들과의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전국 영업본부장 17명과 화상회의를 열어 상반기 사업목표를 완수할 것을 주문하고, 지역별 현안과 건의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난에 빠진 대기업들을 지원하다가 실적이 곤두박질 친 충격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영업환경이 어려울 때는'떠들썩한'마케팅보다는 은행장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현장경영이 효과적
그는 이어 "은행장이 발로 뛰는 현장·밀착형 경영을 통해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 등으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재정비 하는 효과도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설명) 서진원 신한은행장(오른쪽)이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을 방문, 직접 몸으로 뛰며 현장의 체감경기를 파악하고 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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