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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가격 상승은 투기적 모멘텀을 전제로 하고, 이는 개개인의 탐욕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탐욕'이 지닌 어감은 부정적이다. 그러나 서구가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은 바로 탐욕이 부끄럽기만 하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난 뒤 16세기 계몽의 시대였다. 향신료와 황금을 얻으려는 탐욕이 대항해 시대를 열었고 신대륙 발견을 가능케 했다. 서구 자본주의는 '탐욕'에서 출발한 것이다.
돈의 힘이 정치ㆍ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때다. 금융이 실물경제의 보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경제의 중심이 되는 현실이다. 당연히 경제와 증시를 보는 시각도 이에 맞춰져야 한다.
9ㆍ1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탐욕의 씨앗이 다시 싹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규제 완화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투기를 미리 걱정하고 가계대출 증가를 부채 위험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지만 해결 방법이 부채 축소에만 있지는 않다. 가계 대차대조표에서 대변의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De-leverage)보다 차변의 자산을 늘리는 리플레이션(Reflation)이 더 나은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
가계대출이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2년5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잔액도 6월 말 기준 1년 전보다 7.3% 늘었다.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돈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돈'이란 명사는 '돈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돈의 본래 기능은 축적이 아닌 순환이다. 금고에 들어가 있는 돈이 '탐욕'을 담아 시장으로 나와야 한다. 부동산에서 시작된 투기의 씨앗이 싹을 틔워 자라날 때 증시로의 자금 유입도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
다행히 '탐욕'을 싣고 돈이 움직이고 있다. 시간의 문제일 뿐 다음 순서는 코스피의 상승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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