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레이더] 건설·은행株 다시 봐야 하는 이유

투자를 결정할 때 가치관과 감정이 판단의 장애물이 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금융상품과 부동산에서 모두 선악을 개입시키면 본질이 가려진다. 집값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이 좋은 일인가. 당연히 아니다. 집값이 비싸지면 노동 의지와 삶의 질은 떨어진다. 가계부채가 많으면 소비가 줄고 자산가격 거품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가계부채 조정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것도 좋지 않다. 부동산 가치 하락은 기업, 가계, 금융권 재무 상태를 악화시킨다.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자기자본 가치가 하락하고 부채비율은 올라간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경제 주체들은 자산을 매각하고 가격은 추가 하락한다. 이것이 바로 '대차대조표 불황'이다. 집값과 가계부채는 너무 올라도, 너무 빠져도 안 되는 것이다. 명목소득 증가율 정도만 오르면 딱 좋다.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지방의 집값은 41.7%나 올랐다. 반면 수도권 집값은 10.6% 하락했고, 명목소득은 35% 증가했으므로 실질적으로 45% 싸진 셈이다. 대출금리는 1%포인트 하락해 주택구입 능력은 55% 개선됐다.
가계부채 총액은 증가했으나 금리 하락으로 가처분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은 2012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20.7% 줄었다. 가계부채 중 69.7%는 상위 40% 소득자에 집중돼 금융사 건전성을 해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공급 측면에서 보금자리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2기 신도시는 대규모 입주가 일단락된 상황이다. 9ㆍ1 부동산대책으로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해 신도시 개발이 어려워졌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지정이 3년간 중단된다.
이 같은 부동산과 금융규제 완화로 가계부채는 향후 2년간 150조원 이상 증가하고,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2015년까지 평균 20% 이상 오를 전망이다. 저금리가 될수록 상업용 부동산 임대수익률은 빛을 발할 것이다. 그리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2017년 이후 10년 이상 장기간 횡보할 전망이다.
이번 집값 상승이 건설사에는 부실을 털어낼 절호의 기회다. 투자등급이 BBB 이상인 건설사는 상당 부분 대손을 반영했고 300%가 넘던 우발채무를 포함한 부채비율을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196%로 줄여 놓았다. 주택 비중이 높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도 개선 조짐이 보일 전망이다. 시중은행 외형 확장과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부동산과 건설ㆍ은행업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