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2만원(9.17%) 하락한 19만8000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주가가 20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6월 17일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와 함께 컨소시엄에 참가한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도 각각 전날보다 7.89%, 7.8% 급락했다. 하루 만에 세 기업 시가총액이 총 8조4117억원 증발했다. 현대차 계열사 입찰 쇼크 영향으로 코스피도 전날보다 14.87포인트 하락한 2047.74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공개된 한전의 서울 삼성동 용지 입찰 결과, 현대차그룹은 입찰가액 10조5500억원으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는 용지 감정가인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며 매각 가격이 4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3.3㎡(1평)당 무려 4억4000만원을 지급한 셈이어서 현대차그룹 투자자들은 깜짝 놀라는 모습이다.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같이 입찰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써낸 가격의 2배 가까운 입찰 가격을 써냈다고 들었다"며 "해외 공장이나 전기차 등 중장기적인 투자에서도 오판할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닌지 투자자들로선 불안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용지 매입 이후에도 배당여력이나 연구개발(R&D)에 문제가 없음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무적으로는 큰 부담이 없다는 분석이다. 2분기 기준으로 현대차는 17조4000억원, 현대모비스는 3조8000억원, 기아차는 2조700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연구원은 "현금 창출 능력을 의미하는 EBITDA(세금ㆍ이자 지급 전 이익)를 살펴보면 현대차는 9조원, 기아차는 4조원 중반, 현대모비스는 3조원 수준"이라며 "현대차그룹이 한 해 동안 창출하는 현금이 용지 매입 비용과 건축비를 합한 금액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용지 매입에 따른 무형 가치와 시너치 효과 창출이 용지 매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며 목표주가 32만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증권업계 한 최고경영자는 "현대차 계열사의 한전 용지 입찰은 단기적으로는 악재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극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상보다 높은 금액으로 서울 삼성동 본사 용지를 매각하게 된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라는 호재가 시장에서 크게 부각됐다. 매년 이자비용으로 수천억 원을 지불하고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 매각 이후 5만원대 주가 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전은 입찰 결과를 발표한 18일 전날보다 2550원(5.82%) 급등한 4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1조6370억원이 늘어났다.
당초 재무제표상 본사 용지 장부가가 2조원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한전은 8조원 안팎의 매각 차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전이 차익 전액을 부채 상환에 쓸 경우 부채비율이 대략 20~30%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구 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올해 이익 개선과 함께 대규모 현금 유입 전망으로 배당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초 23%를 기록한 배당성향이 내년 40% 안팎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용환진 기자 /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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