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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12월 29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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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사태 악몽은 잊혀졌나’
동양사태 ‘주범’으로 꼽히는 단기 기업어음(CP) 발행량이 지난해 비해 올해 다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양사태 충격으로 CP를 찾는 투자자가 줄어들면서 발행을 시도하는 기업도 감소했으나, CP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발행량이 다시 늘고 있다.
29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금융업종을 제외한 기업들이 발행한 단기 CP(3개월~1년 미만) 규모는 1조5130억원으로 지난 2013년 발행량(2840억원)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
특히 만기가 6개월에서 1년 미만인 CP 발행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6개월에서 1년 미만 CP 발행 금액은 올해 1조823억원으로 지난해 1140억원에 비해 10배 가량 늘었다. 만기 3개월에서 6개월 미만 CP도 지난해 1700억원에서 4300억원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장 자금이 필요한 회사들은 회사채보다는 발행 절차가 간단한 CP를 일단 먼저 고려하는 측면이 있다”며 “동양 사태 이후 CP에 대한투자 심리가 위축됐으나 최근 안정적인 단기 투자처로 CP를 선호하는 투자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발행도 다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셜명했다.
CP는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자금이 필요할 때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됐다.
특히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CP는 이사회 결의 없이 경영진이 판단 아래 발행을 결정할 수 있고, 발행규모도 경영진이 정할 수 있다. 금융당국에 사전 신고(증권신고서) 의무도 없다. 회사채를 발행할 때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 나 채권 상장을 위한 등록 비용 등도 없어 간소한 절차를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증권업이나 카드업 대부업 캐피탈업 등 금융업종은 자금조달 목적이 아니라 일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에서 CP를 활용한다. 그러나 금융업종, 건설, 조선업종 등이 발행한 단기 CP 발행량이 늘었다는 점은 기업들 재무구조 안정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3~6개월 단위 자금조달과 상환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자금조달 길이 막히는 경우 기업이 한순간에 위기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한 기업이 단기 CP를 지속적으로 발행해도 감독 당국에 신고 의무가 없어 투자자는 알기가 어렵다.
동양그룹 CP 사태, 이른바 ‘동양 사태‘가 단적인 사례다. 동양그룹 현재현 전 회장은 기업 부실을 숨기고 단기 CP를 활용해 ‘돌려막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부실이 극에 달해 단기 CP 발행마저 불가능해지자 곧바로 부도로 직행했다. 물론 이 과정을 투자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동양사태 이후 정부는 발행과 유통과정이 불투명한 CP보다는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일반투자자에 팔릴 수 있는 만기 1년 이상인 CP에 대해서는 공모 회사채와 마찬가지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기업들 CP 선호는 여전하다.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물론 회사채 시장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우량기업들도 CP 시장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계열회사들은 회사채 시장에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CP 시장에서는 활발한 자금조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모기업인 포스코로부터 자금지원(유상증자)이 불가피해진 포스코플랜텍도 단기 CP를 활용해 부족한 자금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포스코플렌택은 지난 7월 100억원 규모 단기 CP를 364일물로 발행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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