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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1월 7일(06:1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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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계 1, 2위인 넥슨과 엔씨소프트 간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10월 넥슨이 엔씨소프트 주식 0.4%를 추가 취득하면서 불거졌다. 엔씨소프트의 지분이 15%가 넘어간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장회사 또는 등록법인 발행 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취득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내야 한다. 기업결합신고서가 승인되면 앞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결과 넥슨은 15% 이상 지분을 취득해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기업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긴다면 직권으로 재조사가 가능하는 단서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지분 추가매입 공시 이후 엔씨소프트는 "지분 매입에 대한 사전 공지가 전혀 없었던 만큼 단순투자 목적이라는 공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주시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공표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지분은 현재 9.9%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인까지 합해도 지분율은 10.16%에 그치고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6월이다. 당시 넥슨 일본법인은 엔씨소프트 최대주주였던 김택진 대표의 지분 14.7%(총 321만8091주)를 주당 25만원, 총 8045억원에 인수했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회사) 회장의 개인적인 친분에 기반한 거래였다. 서울대 공대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은 세계 최대 게임 업체 중 하나인 EA(Electronic Arts)를 인수해 공동 경영하자는 뜻을 세웠다.
김정주 회장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김택진 대표에게 실탄을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게임 회사를 인수해 김택진 대표가 EA 대표로 간다는 시나리오였다.
EA 인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두 회사간 갈등이 시작됐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에 대해 단순한 최대주주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원래대로 돌아가 각자의 길을 걷길 원했다. 현재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넥슨 측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단적인 예다.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뛰어난 개발력을 넥슨의 자산으로 공유하고 싶어했다. 지난 2013년 1월부터 양사 합작으로 '마비노기2 프로젝트'를 진행됐지만 1년 만에 중단됐다.
넥슨 입장에서는 엔씨소프트에 8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이 불만이었다. 해외 기업 인수도 실패했고 두 기업 간의 시너지 효과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상 유지에도 실패했다. 게임 중심이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감에 따라 엔씨소프트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의 0.4%를 추가로 매입해 총 지분의 15.08%를 보유하게 돼 넥슨의 엔씨소프트 인수 가능성이 커졌다.
넥슨의 지분 추가매입 공시 이후 엔씨소프트는 "지분 매입에 대한 사전 공지가 전혀 없었던 만큼 단순투자 목적이라는 공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주시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공표했다. 적대적 M&A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화시킨 셈이다.
김택진 대표가 다시 지분을 매입하고,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등 방어책이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일부 로펌이 넥슨이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교체 안건을 제기할 경우를 대비한 법률검토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M&A 분위기는 점점 더 달아오르고 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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