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임시국회가 종료됐지만 시장에서 처리를 고대하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법안은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도가 시행돼 정비사업 속도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산되면서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위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4일 국회 및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노근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 대표발의한 공공관리제를 개선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지난 2일 열린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결국 이날 임시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으로 다음 회기때나 처리를 기약해야 하는 운명이 됐다. 공공관리제 적용을 받는 정비사업의 경우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가 찬성하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전으로 앞당기는 내용의 이 법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9.1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대표적인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중 하나다. 하지만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앞당기는 등 당시 나온 재건축·재개발 관련 대책 중 아직 시행이 불투명한 것은 현재 이 법이 유일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공관리제를 손보는 내용이라 야당의 반대가 만만찮은 상황”이라며 “오는 4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야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야당이 법 통과에 주저하는 것은 사실상 이 법이 박원순 시장이 있는 ‘서울’을 겨냥해 공공관리제를 무력화시키려는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공공관리자로 참여해 조합 임원 선출과 시공사 선정 등에 참여하고 사업비를 지원하는 공공관리제는 현재 서울과 부산이 조례를 통해 지역 내 정비사업에는 모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아예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못박은 곳은 서울 뿐이다. 시장에서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만 앞당겨도 시공사의 풍부한 자금력과 정비사업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사업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서울시는 시공사의 개입이 빨라지면 사업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제도에 따른 혜택을 기대했던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조합들은 또다시 입맛만 다시게 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아직 시공사 선정을 하지 않은 서울시내 정비조합은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를 포함해 총 12곳, 8425가구에 달한다. 만약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정법이 통과됐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개정법 처리 불발로 강북과 강서 등 조합 운영자금이 부족한 지역의 정비사업은 또다시 지지부진해질 것”이라며 “다음 국회에서는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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