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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3월 3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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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매각이 또다시 표류하게 되면서 출자 기관들이 울쌍이다. 7년이 넘는 인고의 세월 끝에 작년말 차익을 실현하는가 싶었는데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 합의가 불발되면서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메가박스 1대 주주인 한국멀티플렉스투자주식회사(KMIC) 출자자 중 일부는 작년 연말에 장부에 현금유입을 반영했다가 다시 원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1대 주주인 특수목적회사 KMIC에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700억원을 출자하고 국민연금 300억원, 군인공제회 300억원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130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 2007년 SPC형태로 메가박스를 인수하고 2011년 또다른 극장 체인 씨너스와 합병하면서 당시 최대주주였던 제이콘텐트리와 지분을 나누게 됐다.
지난해 12월 24일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중국 오리엔트스타캐피탈과 본계약이 체결됐으나 당시 우선매수권을 보유했던 2대 주주 제이콘텐트리 측에서 자금증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본계약 효력을 인정하지 못해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홍콩 법원 중재를 진행할 예정인 1대 주주 KMIC측은 2대 주주 측에 동반매각요청권(drag along)을 행사하겠다고 지난주 통보했다. 지난해 12월 메가박스 1대주주와 중국 인수측의 본계약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2대주주에 대해 향후 매각 일정을 단독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2대 주주 제이콘텐트리 측은 여유만만하다. 제이콘텐트리 측 법률자문 해석에 따르면 홍콩법원 중재인 선임에만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고 중재 결과가 나오기까지 3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오리엔트스타캐피탈과 같은 잠재적 인수후보들이 제거되면 제이콘텐트리가 좀더 낮은 가격에 메가박스를 인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제이콘텐트리 측 관계자는 "오리엔트스타캐피탈 본계약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라며 "주주간 계약에 대한 격식(Formality)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눈앞에서 투자금 회수를 기대했던 SPC출자 기관들은 망연자실하다.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가격에 본계약을 체결하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지난해 제시된 매각가는 자산거품 시기에 인수한 가격에 비해 원금손실이 없는 수준이었다.
한 기관 투자자 관계자는 "7년을 기다렸는데 더 못기다리겠느냐"면서도 "배당 수익을 꾸준히 받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그동안 기회 비용을 고려하면 두통꺼리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1대주주 SPC를 관리하는 한국맥쿼리 측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자금 증빙에 문제가 없어 본계약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홍콩 법원 중재를 거쳐 승리할 것을 확신하지만 시간은 맥쿼리 편이 아니다. 게다가 SPC는 인수 주체가 펀드 형식이 아니라 SPC형태여서 운용 수수료마저 챙길 수도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도 인수를 거부했던 제이콘텐트리가 이번에 업계 관행에서 용납하기 힘든 이슈를 들어 매각이 불발되면서 업계에서 제이콘텐트리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할때 출자자(LP)나 재무적 투자자(FI)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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