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합병을 추진 중인 가운데 두 회사의 주식 대차물량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이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직후 주가가 급등했지만, 투자자들이 합병에 따른 강세가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양사가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지난 27일 현대제철 대차물량은 129만5813주를 기록해 전거래일보다 무려 324배 급증했다. 3월 일평균 대차물량과 비교해도 24배 늘어난 수치다. 현대하이스코도 마찬가지로 27일 대차물량이 전날보다 10배, 이달 일평균 대비 8배 급증한 17만6698주에 달했다. 전체 유통 주식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따지면 두 회사 모두 1.54%, 1.51%씩 비슷한 정도로 많아졌다.
이처럼 대차거래가 활발해졌다는 것은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반짝 올랐으나, 상승세가 지속되긴 힘들 것으로 판단한 세력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주가가 비쌀 때 팔아서 떨어지면 사려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것. 통상적으로 대차잔고는 공매도로 연결돼 주가 하락을 부추길 염려가 있다. 실제 30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주가는 하루만에 하락 반전해 각각 0.4%, 2.01% 떨어졌다.
그러나 막상 합병이 공시되면 주식의 원소유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받기 위해 앞다퉈 상환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식을 사서 되갚으려는 매수(숏커버링)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대차잔고가 많은 만큼 단기간 강한 주가상승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어도 현대하이스코의는 대차잔고가 유통주식수의 20%가 넘기 때문에 대차물량을 더 구하기도 힘들고, 숏커버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현대제철은 대차잔고가 유통주식수 대비 5% 미만이라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하이스코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예정가가 지난 27일 기준 6만4469원으로 30일 종가(6만3300원)보다 높다는 점도 주가엔 긍정적이다. 주주들 입장에선 반대매수를 청구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최소화하려 주가를 띄울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
전문가들은 합병에 따른 주가모멘텀이 확실치 않고 수급상으로는 조정 가능성도 있는 만큼 1분기 실적 등 펀더멘탈에 기초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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