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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수익률을 높이며 6년 만에 다시 돈이 들어온 해외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증가폭(1조9800억원)보다 많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와 주식혼합펀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채권혼합형 펀드는 주식과 채권에 동시에 투자하되 주식 비중이 50% 미만인 펀드를 말한다. 운용사들은 주로 대표 주식형 펀드에 채권비중을 50~70% 높인 채권혼합펀드를 내놓고 있다.
혼합형 펀드 중에서도 유독 채권혼합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데는 퇴직연금펀드 증가가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퇴직연금에 대한 연간 300만원 추가 세액공제가 주어지면서 퇴직연금펀드의 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연초 이후 유입액이 1조3187억원으로 개인연금을 제하고도 설정액 7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퇴직연금(IRP)계좌에 가입할 때 원리금 비보장자산의 투자 한도는 40%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설정규모가 큰 퇴직연금펀드는 대부분 주식비중이 40% 이하인 채권혼합펀드다.
투자자가 주식형·채권형에 40대60으로 분산투자하더라도 주식형 수익이 올라 40%를 넘은 경우 환매와 비중을 재조정해야 한다.
올 들어 자금이 많이 들어온 퇴직연금 펀드 상위 10개 중 8개가 채권혼합형인 것도 이를 방증한다. 연초 이후 자금이 100억원 이상 들어온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주식형 상품은 'KB퇴직연금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C'가 유일하다.
예금금리 1% 대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선호도 채권혼합펀드의 증가를 이끌고 있다. 주식에 투자하되 변동성을 줄이고 싶은 투자자가 채권 비중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 실제로 국내 채권혼합형 펀드의 1년 수익률은 5.33%, 올해 수익률은 3.34%로 예금의 대안으로 충분하다. 또 투자 기간이 길수록 변동성이 낮고 수익률은 차곡차곡 쌓이면서 연금저축·퇴직연금 같은 장기상품에 더 적합하다. 13일 기준 채권혼합형 펀드의 5년 수익률은 22.92%로 주식형(21.81%), 주식혼합형(18.35%)에 비해 양호하다.
다만 오는 7월부터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비중이 70%로 늘어나면서 채권혼합형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 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원리금 비보장자산의 한도가 늘어나 주식혼합형 퇴직연금 펀드가 대거 선을 보일 전망이다.
최성춘 메리츠자산운용 상품전략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예금·채권 이자를 취하던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들 자금 수요가 주식 비중 50% 미만인 채권혼합형 펀드로 꾸준히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채권혼합형 펀드는 변동성이 낮은 국공채·우량채권 등에 신탁재산의 70%가량을 투자하기 때문에 상품 간 수익률 격차는 주식 운용에서 판가름나는 경우가 많다"며 "종목 투자에 강점이 있는 금융 회사들이 내놓는 상품들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다"고 전했다.
[석민수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