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들이 똑똑해졌다. 단순히 주식으로 돈벌이하는 개인투자자란 기존의 인식을 뒤엎고, 주주권리 향상에 목소리를 높이는 행동대장으로서 실리뿐만 아니라 명분까지 챙기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멜파스(상승률 9.4%) 루미마이크로(8.2%) 파인디앤씨(4.6%) 성호전자(5.3%) 등 코스닥 상장사 4곳의 주가가 반짝 상승세를 탔다. 바로 지난달 30일 슈퍼개미 손명완 세광 대표가 이들 4개사 지분을 5% 넘게 사들였다고 공시하면서다. 최근 제약주에 투자해 큰 돈을 번 것으로 알려진 그가 이번에는 IT업종에 손을 뻗친 것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그가 지분을 취득하면서 향후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손명완 대표는 “장부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투자수익을 얻는 게 일차적 목적이지만, 회사 오너가 주주를 존중하지 않고 주식회사를 자기회사처럼 이끌 경우 언제든 경영에 개입할 것”이라며 “특히 현금을 쌓아만 두고 주주와 나누는 데 인색한 기업에는 배당 확대 등의 변화를 이끌어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분 18.51%, 11.05%을 보유한 동원금속과 영화금속에 대해서도 경영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동원금속의 주주총회에서는 △자사주 매입 △신주인수권 취득 후 소각 △자산재평가 등을 제안해 주총 안건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비록 표대결에서 패해 주주제안이 부결됐지만, 지분을 추가적으로 취득하고 있어 올해는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동원금속은 현금배당을 지난해 주당 50원에서 올해 100원으로 올리도록 했고, 영화금속도 원래 주당 50원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했다가 올해 중간배당을 하는 대가로 30원 수준에서 타협했다”고 말했다.
같은날 제약주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지분 7.61%을 보유한 슈퍼개미 양대식씨도 지분을 취득한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주가도 지난 1일 신고가로 직행했다. 양씨 역시 변경사유로 “주주이익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맞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주주이익을 전면에 내세웠다. 과거에도 크리스탈의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가 가진 크리스탈지노믹스 지분이 7.61%로 최대주주 보유분(8.61%)과 차이가 크지 않아, 2대 주주 한미약품(8.51%) 등의 행보에 따라 충분히 대주주 경영권까지도 압박할 수 있는 구조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신일산업에서도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황귀남씨가 내세우는 명분도 다름 아닌 ‘주주권리’다. 지난달 30일 신일산업 지분 15.08%를 가진 황귀남씨측은 회사를 상대로 회계장부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을 다시 제기한다며 경영진을 감시·감독할 주주로서의 권리를 보호해달라고 호소했다. 황 대표는 “회사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위법, 부당행위 개입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회계장부열람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주식시장만큼 개인의 권리 보장에 소홀한 곳이 없고, 정보의 한계와 감시제도 미비가 소액주주 피해로 귀결되면 결국 주식시장 활성화를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슈퍼개미들이 주주행동에 앞장설 수 있는 것은 일반 소액주주들의 주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슈퍼개미 남석관씨는 “주식투자를 오랜기간 하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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