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증권업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그동안 자사주를 사들였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자산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CEO들은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굳힌 동시에 주가 상승으로 추가 수익까지 올려 ‘일거 양득’의 효과를 본 셈이다.
매경닷컴이 8일 국내 주요 증권사 CEO들의 자사주 매입을 분석한 결과,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은 보유 지분 가치가 오른 반면 현대증권, 부국증권 등은 가치가 하락했다.
◆ 가장 이득 본 CEO…김해준 교보증권 대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가 132.4%의 수익률을 기록해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사주를 취득한 국내 증권사 CEO 중 오너를 제외한 결과다.
현재 김 대표가 갖고 있는 교보증권의 지분은 2만5000주다. 2011년부터 사들이기 시작해 지금까지 들어간 총비용은 1억3985만원으로 주당 5600원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교보증권의 주가는 1만3000원(7일 종가 기준)까지 올라 김 대표의 자사주 평가액도 급증했다. 3억2500만원 규모로, 약 1억8515만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주당 4382원을 주고 산 자사주 5000주는 주당 1만930원에 매도했다. 김 대표는 이 거래로 약 33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도 자사주를 매집하면서 자산규모가 확대됐다. 유 대표는 현재 자사주 56만4707주를 보유 중이다. 당시 매입단가는 주당 2000원 수준이었지만 올 초부터 주가가 강세를 보여 현재 3625원을 기록, 81.3%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주식 가치 평가액은 약 9억2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대표 역시 이득을 보고 있다. 서 대표는 지난달 26일 자사주 501주를 사들여 현재 2만7959주를 보유 중이다. 지난 3년간 매입에 들인 자금은 총 9370만원으로 주당 3350원꼴이다. 유안타증권 주가는 현재 562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 대표는 약 6343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고 있고 수익률은 67.7%다.
◆ 스톡옵션으로 수십억 이득도 가능
일부 CEO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갖고 있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스톡옵션이란 기업이 임직원에게 특정 수량의 자기회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행사가격 1000원의 스톡옵션 1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면 향후 주가가 5000원으로 오르더라도 주당 1000원에 1만주까지 살 권리가 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주당 4000원씩 총 4000만원의 차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3월 말 최희문 대표에게 290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행사가격은 4710원이지만 현재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는 69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 대표의 경우 6980원에 거래되는 자사주를 회사로부터 4710원에 총 290만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최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 차익은 66억원에 달한다.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는 행사가격 5만2273원의 스톡옵션 15만8944주를 갖고 있다. 현재 키움증권 주식이 7만900원에서 거래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권 대표의 행사차익은 1주당 1만8600원 꼴로 약 30억원에 이른다.
◆ 떨어지는 주가에 울상짓는 현대증권과 부국증권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오히려 손실을 입고 있는 CEO들도 있다. 지금보다 주가가 더 높았던 시기에 자사주를 매입한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와 전평 부국증권 대표가 그 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자사주를 사들인 윤 대표는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 2만주를 취득했다. 매수가액은 주당 1만100원으로
부국증권의 전평 대표도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총 2억3894만원 규모의 자사주 1만주를 사들였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1만7950원으로 총 1억7950만원이다. 전 대표의 손실률은 26.8%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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