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투스 집들이를 환영합니다.” 지난 30일 찾은 용산구 이촌동 300-3번지 일대는 축축 늘어지는 습기찬 여름 날씨 속에서도 활기찬 분위기였다. 강북 대표 부촌인 ‘동부이촌동’ 재건축 단지이자 ‘한강변 마지막 초고층 아파트’로 세간의 눈길을 한 몸에 받은 ‘래미안 이촌 첼리투스’가 다음 달 1일 입주를 시작해서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변 아파트에 대한 용적률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난 1980년대 ‘ㅇㅇ맨션’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던 인근 재건축 단지들도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래미안 이촌 첼리투스는 기존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하늘로부터’란 뜻의 라틴어 ‘첼리투스’가 이름에 들어간 단지답게 56층 높이의 위용을 자랑한다. 지난 2013년 4월 서울시가 한강변 건축물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기 전에 발 빠르게 재건축을 추진한 덕분이다. 총 3개 동에 전용면적 124㎡형으로만 구성된 460가구 규모의 첼리투스는 강북·강남 도심과 여의도가 가까운 전통 부촌 입지에 자리한 데다 세 개 동을 17층 공중 통로로 연결하는 스카이 브리지에 골프장·게스트하우스·피트니스센터·카페 등이 들어선다. 또 1층에는 수영장·호텔식 로비 등이 만들어져 고급 호텔 못지않은 시설과 설계로 수요자 눈길을 잡아끈다.
일반 분양분이 거의 없는 1대 1 재건축 단지인데다 공급이 비교적 적어서 시세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입주 시기가 다가올 수록 매물이 많아지고 가격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수요가 워낙 몰리다 보니 거래가는 지난해에 비해 2억원 가까이 뛴 상태다. 한강 조망권 덕에 인기가 높은 101동 1호라인 고층의 경우 지난해 말 19억~23억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23억~25억원 선까지 올랐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평면 구성 등보다는 한강이 잘 보이는 위치냐, 아니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며 “12억짜리 20층 미만 중층 급 전세와 24억 5000만원 선인 20층 이상 고층 급 매물 외에는 물량이 뜸하다”고 말했다.
이 초고층 아파트에는 외국계 기업 임원과 사업가들이 속속 입주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월세 600만원 선에 고층을 계약한 제프리 로다 한국IBM 대표와 더불어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이름난 여행사 사장과 유명 가구업체 오너 일가 등이 속속 집들이를 한다. 이상우 렉스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주한미8군이 눈독들이던 일반분양분 4가구도 지난 달께 강남의 40대 젊은 자산가들이 사갔다”며 “2~5층 짜리는 17억 800만~17억 9900만원, 12층 이하 중층은 17억 후반~18억원 선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첼리투스가 승승장구하는 분위기 속에 인근 재건축 단지들도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변 아파트 높이 제한 재검토를 고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여파다. 지난 2013년 4월 ‘한강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던 즈음부터 시세가 곤두박질 치고 사업이 표류해 울상을 짓던 단지들이지만 이젠 가격도 제법 올랐다. ‘삼익맨션’ 전용 104.86㎡형의 경우 2012년에 7억 9000만원 선이던 게 올 초 7억 5000만원선으로 주저앉았지만 요즘은 8억 2000만~8억 5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윤말엽 삼익맨션 재건축 조합장은 “지금 용적률이 190%선이지만 규제가 완화되면 이보다 높게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합은 지난 11일 총회를 통해 대림산업을 시공사로 정했다. 오는 10월 중 정비업체·건축설계업체 선정을 거쳐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할 예정이다.
첼리투스 옆에 있지만 층수 제한에 걸려 47층으로 지으려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재건축 사업이 주춤했던 ‘왕궁 맨션’도 최근 건축 도면 심의에 들어갔다. 사업 문의가 늘고 매매 가격도 올라가는 추세다.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7억 8500만원이던 전용 102.48㎡형 거래가격이 올해 1월에는 8억 500만원으로 상승했고, 이 달 들어서는 9억 2000만원 선까지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동이나 층 별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옆 동네 첼리투스 입주와 높이 제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층수 제한 완화가 가시화하면 기대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은 “전통 부촌인 동부이촌동 일대는 강남 재건축 단지에 밀리는 형국이었지만 용산 개발계획·층수 제한 완화가 가시화되면 재건축을 비롯해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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