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활기를 띠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지정감사 실시 이후 된서리를 맞았다.
2013년 연말부터 상장되기 시작한 2기 스팩들이 줄줄이 합병 상장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도 스팩이 상장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분기부터 지정감사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합병 결의가 크게 줄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기업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지정감사를 받도록 관련 제도(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를 변경해 2분기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분기 이후 합병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스팩은 단 3개에 불과하다.
동부제2호스팩이 5월 미스터블루와 스팩 합병 상장 심사를 청구했고, 6월 교보3호스팩과 바이오로그디바이스가, 7월 한국제2호스팩과 엔터메이트가 청구서를 제출하는 데 그쳤다. 지정감사 실시 전인 1분기에만 8개 스팩이 합병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것과 비교하면 숫자가 절반 이하로 확 줄었다.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2기 스팩은 총 52개로 이 가운데 합병을 결정한 스팩은 16개다. 나머지 36개는 아직 합병을 결정하지 못한 스팩들이다. 심사 승인을 받고 상장 예정인 스팩도 9개 대기 중이다.
스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존에 스팩과 합병해 상장한 업체 중 지정감사를 받으면 통과하지 못할 곳들이 많다"면서 "직상장하려는 기업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스팩과 합병할 만한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많아야 5개 정도만 합병 상장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글로벌텍스프리와 합병 상장 심사를 청구한 NH스팩3호는 결국 승인을 못 받았다.
글로벌텍스프리의 대주주에 대한 우려로 미승인 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3월 초 프로스테믹스와 합병 심사를 청구한 KB제3호스팩도 속개 판정을 거쳐 4개월이나 시간을 끌다 지난 6월 말 심사 문턱을 넘었다. 판도라티비와 합병을 결의한 하나머스트3호스팩도 3월 초 신청 이후 속개 판정을 거쳐 5월 말에나 심사를 통과했다.
거래소 내부에서도 스팩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코스닥시장본부에서는 기업공개(IPO) 시장의 부침과 관계없이 공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지난해부터 상장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시장감시위원회는 스팩
[강다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