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을 먼저 도입한 미국의 사례로 볼 때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려면 차별화된 서비스와 고객 군을 확보해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은행산업 경쟁력 강화 등의 일환으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이르면 연내 1~2곳을 시범적으로 인가해 줄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7일 발표한 ‘자본시장리뷰 2015년 가을호’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1995년부터 2014년까지 닷컴 붐에 힘입어 38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겨났지만 14곳이 퇴출됐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38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 유형에 따라 은행(19곳), 증권(2곳), 카드·캐피탈(5곳), 자동차·가전(3곳), IT(2곳), 소매유통(1곳) 등으로 나눠 성패요인을 분석한 결과 은행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절반 이상이 퇴출되는 등 성적표가 좋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퇴출된 인터넷전문은행 14곳 대부분의 설립자는 은행이나 IT관련 기관”이라며 “기존 은행과 차별적 고객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증권, 카드·캐피탈, 자동차·가전, 소매·유통업이 설립자인 경우 생존율이 80%에 달해 은행 주도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과 큰 차이가 벌어졌다.
이들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요인은 기존 은행이 제공하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에서 차별적 입지를 확보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 됐다.
예를 들어 증권사가 설립한 ‘찰스 슈왑 뱅크(Charles Schwab Bank)’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찰스 슈왑 뱅크의 대출자산은 총자산의 12.14%(작년말 기준)에 불과하지만 투자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현금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춘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가장 큰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성장했다.
역시 증권사가 설립을 주도한 이트레이드 뱅크(E*Trade Bank)도 대출 중심의 기존 은행의 영업에서 탈피해 고객 맞춤형 현금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했다.
카드·캐피탈, 자동차·가전, 소매·유통이 출범시킨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도 금리탄력성이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이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과 차별화되지 못하면
그는 이어 ”현행 은행산업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가격경쟁보다는 서비스 경쟁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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