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자 대리인 역할로 사업성 검토와 설계, 시공 및 감리와 사후관리를 도맡는 건설사업관리(CM) 능력평가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확성에 대한 불신과 신고 때 드는 비용 부담 탓에 정작 세계 시장에서 상위권에 꼽히는 업체가 순위에 빠지는 모순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미 지난해 5월 관련법 개정 때부터 개선 요구가 많았던 문제를 지금에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6일 CM 업계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2015년도 건설사업관리자 CM 능력평가' 순위에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위를 지킨 한미글로벌이 빠졌다. 한미글로벌이 이번 평가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를 중심으로 평가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실적 신고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올해는 평가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실상 국내 최대 CM 실적을 올리는 한미글로벌이 빠지다 보니 평가의 신빙성은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총 44곳 업체가 참여한 이번 평가에서 국내 CM 실적 1위를 차지한 업체는 건원엔지니어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총 226억원의 계약실적을 올렸다. 같은 기간 한미글로벌이 거둔 실적은 675억원으로 그 3배에 달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건설전문지 ENR가 발표한 글로벌 CM·PM(개발사업관리) 업체 순위(미국 제외)에서 한미글로벌은 17위에 올랐다. 이 순위는 각 회사의 국내 및 해외 실적 전부를 합산해 매긴다. 글로벌 순위에서 상위권에 거론될 만큼 국내 CM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정작 국내 주요 발주처가 CM사 선정 때 참고로 삼는 국토부 평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셈이어서 국토부 평가 결과를 두고 업계에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상황이다.
CM 평가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국토부가 민간 단체인 한국CM협회에 위탁해 진행한다. 매년 CM사업을 맡는 업체는 150곳이 넘지만 실제 평가를 신청하는 곳은 절반도 안 된다. 평가 신청 업체는 2013년 60곳에서 지난해 53곳, 올해는 44곳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평가 제도의 한계 때문이란 지적이다.
한 CM 업체 관계자는 "실제 얼마나 업무를 맡았는지가 아니라 단순히 계약한 실적만 갖고 순위를 매기다 보니 평가의 신뢰도가 낮다"며 "민간 분야 실적은 정작 조달청 등 공공 업무 입찰 때는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신고한 실적액의 0.1%를 수수료 명목으로 납부해야 하는 탓에 업체들 자금 부담도 적잖다.
국토부도 뒤늦게 관련 TF를 만들고 제도 개선에 나선 상태다. 현재 한국CM학회에 맡긴 연구용역 결과가 11월께 나오면 법 개정 등 후속 조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