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지역에서 이달 중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던 건설 업체 A사는 2일 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청약 일정이 코앞에 닥쳐왔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알선해준 거래 은행에서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한 중도금 집단대출에 갑자기 소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은행 지점에서 갑자기 집단대출 규제로 중도금 대출이 어렵다고 통보했다"며 "분양 일정을 미뤄야 할지 몰라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중도금 집단대출 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면서 분양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특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계약금으로 분양대금 10%만 납부하면 중도금 40%는 건설사가 은행에서 저리로 대출을 알선해주는 게 최근 관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선 자칫 후폭풍이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사업성이 수도권보다 떨어지는 지방 분양 시장이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분양 일정을 다시 짜는 곳도 나오는 양상이다.
건설회사 한 관계자는 2일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가·오피스텔 분양에도 최근 시중은행에서 경쟁적으로 집단대출에 나섰다"며 "아파트 분양 시장뿐만 아니라 상가·오피스텔 시장에도 자칫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건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의 중도금 집단대출로 애를 먹는 건설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중 주요 은행들이 올해 공급과잉 여파로 1~2년 뒤 대출 회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나 수도권 신도시 같은 인기 지역 외에는 중도금 대출을 꺼리고 있어서다. 김의열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최근 대형 건설사나 중견사 가릴 것 없이 대출받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시장 상황이 좋은 곳만 선별적으로 대출해주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자 지방 은행을 찾거나 비싼 제2금융권을 수소문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 금리가 소리 없이 오른 것도 부담이다. 울산 북구 호계동에서 분양을 앞둔 '한양수자인 2차'의 경우 중도금 60%에 대해 이자 후불제를 적용하기로 하고 경남은행에서 연 3.2% 선에서 집단대출을 받기로 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2.5%대던 금리가 벌써 3%를 넘어섰다.
업계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인천 소재 한 건설 업체 대표는 "대출 규제가 생각보다 빨리 시작돼 분양 시장이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다"며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어려울 때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최근 직원들 독려에 나서기도 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도 정부의 대출 규제를 주시하고 있다. 올해 분양 시장 호황 덕에 가까스로 살아난 훈풍이 금세 꺼져버릴 수 있어서다. 원주기업도시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아파트가 분양되면서 주택 거래도 늘었는데 규제 탓에 내년 분양이 뜸해지면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꺼질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내년이 더 큰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올해 이미 분양 계획을 밝힌 곳들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은행과 중도금 대출에 대한 협의를 마친 경우가 많다. 실제 이달 분양 예정인 경기 김포시 '한강·사우 아이파크'는 이미 '계약금 10%·중도금 60% 무이자 지원·잔금 30%' 조건을 확정 지었다. 이 때문에 집단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올해 분양단지에 수요자들이 몰리면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금융당국이 이번에 전반적인 조사에 착수한 만큼 내년 초 실질적인 규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올해 호황을 맞았던 분양 시장은 내년에는 상당 부분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가 분양 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반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
[손동우 기자 / 김태성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