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분석 / 대한제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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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제당은 2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16일 3만150원이었던 주가는 약 4개월 만에 23% 하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대한제당 올 상반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96억원으로 전년 동기(362억원) 대비 45.9% 감소했다. 계열사를 뺀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60.8%나 줄어들었다.
대한제당 매출에서 50%를 차지하는 제당 부문 실적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당식품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9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49억원으로 급감했다. 웰빙에 대한 관심과 비만·당뇨·치아질환 등 과다한 당 섭취에 따른 질병에 대한 염려가 높아지면서 당 섭취를 줄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제당시장은 CJ제일제당(50%) 삼양사(30%) 대한제당(20%) 등 3사가 과점하고 있다. 업체별 원당(설탕) 수입량이 정해져 있는 쿼터제가 시행되고 있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거나 시장점유율을 뒤집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수입설탕 관세율이 인하되는 추세여서 제당시장 내 경쟁이 과거보다 치열해졌다.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제당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든 현시점에서 대한제당 실적 하락 지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제 원당 가격이 급등하거나 수입 과정에서 환 손실을 입어도 설탕이 정부 규제를 받는 산업인 탓에 국내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줄곧 하향세를 보여온 국제 원당 가격은 올 들어 주요 원당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작황 염려가 커지면서 소폭 반등하고 있다. 원당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면 원당을 수입하고 있는 대한제당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대한제당 매출에서 제당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물 사료사업 수익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상반기 19억원 흑자를 냈던 사료 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4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환 손실, 사료가격 담합 혐의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등이 겹치면서 올 상반기 대한제당은 105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원재료를 수입·가공해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사업 형태여서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대한제당이 입는 환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는 수익구조다.
대한제당이 반전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중국 시장이다. 일본 스미토모, 홍콩 타이쿠슈가와 손잡고 내년 완공을 목적으로 중국 광둥성에 연 10만t 생산능력을 갖춘 프리미엄 설탕 가공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 대형상사인 스미토모가 전체적인 관리를,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 자회사인 타이쿠슈가는 중국 내 영업을 맡고 대한제당은 기술과 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분담했다. 합작 3사 지분구조는 타이쿠슈가가 34%, 대한제당과 스미토모가 각각 33%다.
대한제당이 중국 설탕 공장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유는 중국 내 설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경제 성장에 따른 식생활 개선과 식습관 서구화로 중국 내 설탕 수요는 매년 6%씩 늘고 있다. 특히 식품 안전과 고품질 식품에 대한 중국 상류층 관심이 커지면서 프리미엄 설탕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3사는 광둥성 설탕 가공시설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설탕을 중국 내 고급 이유식, 의약품, 고급 식품 제조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제당회사 중 외국에 설탕 가공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기업은 대한제당이 처음이다.
향후 대한제당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