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IPO제도 선진화 방안을 악용해 애꿎은 공모주 청약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조익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최근 새롭게 상장된 공모주들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7월 이후 상장된 12개 종목 중 10개 종목의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넥스지, 웨이브일렉트로닉스, 푸른기술 등은 상장된지 채 한달도 못 돼 주가가 20% 넘게 빠졌습니다.
전문가들은 IPO제도 선진화 방안이 시행된 후 새내기주들의 공모가에 거품이 끼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 김창욱 / PSTOCK 대표이사 -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심사 청구가 대비해서 공모가가 확정되는 게 다소 높아진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풋백옵션이란 제도 자체가 폐지되면서 증권사의 부담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발행사의 요구사항도 있어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고 있다)"
풋백옵션제도란 공모주 상장 후 한달이 지나 주가가 10% 넘게 빠졌을 경우 주간사 증권사가 공모주를 되사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 제도가 IPO제도 선진화 방안 시행으로 폐지되자 부담이 사라진 주간사들이 공모가를 높게 잡고 있는 것입니다.
공모가가 높을수록 상장사는 보다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주간사도 공모금액이 커지면 그만큼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기 때문입니다.
의무보유확약 기간이 자율화된 것도 공모주 주가 급락의 원인입니다.
기관이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공모주를 팔지 못하게 하는 의무보유확약을 일부 주간사들이 아예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 : 증권사 IPO 관계자 - "한달 두달 보유 안하고 단기에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하면 기관투자자들이 좀 더 공격적으로 많이 물량을 배정 받으려 하고 더 높은 가격에 들어오려고 (해서 의무보유확약을 적용하지 않았다)"
공모주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기관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주간사들이 의무보유확약을 받지 않고 있다는 얘깁니다.
상장 당일 하한가를 시작으로 8거래일만에 주가가 38%나 빠진 웨이브일렉트로닉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터뷰 : 최관영 / 현대증권 연구원 - "상장 직후의 급락은 무엇보다도 보호예수 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유통 주식수가 거래 직후 74.4%, 한달 후 79.6%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상장 직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던 푸른기술도 기관이 하루도 쉬지 않고, 37만주를 내다 팔자 주가가 공모가에 비해 20%나 떨어졌습니다.
IPO 관계자들은 기관들이 공모주를 이용해 '단타'를 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 증권사 IPO 관계자 - "의무보유확약기간이 없어져 바로 팔 수 있기 때문에 자산운용사에서 포트폴리오를 짤 때 2-3일 내에 수익 나는 정도에서... 이런 식으로 (투자한다)"
이 때문에 의무보유확약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 김창욱 / PSTOCK 대표이사 - "물량을 받아줄만한 주체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결국 수급 요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때 의무 보유 확약 자체를 벤처(코스닥 기업)같은 경우 조금 보완이 필요하다."
IPO제도 선진화 방안 시행 이후 여러가지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지만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은 IPO 시장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시행된지 채 3개월도 안된 제도를 뜯어 고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에 따른 책임이 투자자들에게 있는 만큼 공모가나 의무보유확약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mbn 뉴스 조익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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