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피스 시장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 연면적 3만3000㎡ 이상 대형오피스 공실률은 떨어지고 있지만 3300㎡ 미만 소형건물은 10실 중에 최고 4실이 비어있을 만큼 임차인 찾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시설관리부터 리모델링까지 전문관리회사에 관리를 맡겨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갖춘 대형 오피스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그간 싼 가격을 좇아 작고 오래된 건물에 있던 임차인들이 대거 자리를 옮긴 결과다. 오피스 시장 부진 탓에 대형 건물의 ‘렌트프리(rent-free : 월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 기간이 늘면서 임대료 부담이 전보다 줄어든 것도 이런 흐름을 부추기는 추세다.
21일 상업용 부동산 전문컨설팅업체 NAI프라퍼트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주요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면적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종로와 광화문 등 도심권(CBD)의 경우 3만3000㎡ 이상 오피스 공실률은 12%로 조사됐는데, 이는 1분기 16%와 2분기 13% 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반면 3300㎡을 넘지 않는 소형 오피스 상황은 처참하다. 1분기 26%였던 공실률이 지난달 42%까지 치솟은 것. 그나마 52%였던 2분기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대형과 비교하면 3배를 넘는 비율이다.
3300㎡ 이상~3만3000㎡ 미만 중형 오피스 공실률도 1분기 24%에서 2분기 17%를 거쳐 지난달 12%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해도 소형 오피스의 몰락이 두드러졌다.
테헤란로 등 강남권역(GBD)도 마찬가지다. 3300㎡ 아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지난달 14%로 전체 면적별로 나눠 본 오피스건물 가운데 유일하게 1분기(19%)보다 뛰었다. 같은기간 3만3000㎡ 이상은 12%에서 10%, 그 중간인 중형 오피스는 14%에서 10%로 각각 줄었다.
이밖에 여의도 오피스권(YBD) 역시 소형 오피스 공실률이 이 지역 사무실 건물 중 가장 높은 17%에 달했다.
6층 미만인 연면적 3300㎡ 이하 소형 오피스 빌딩은 주로 대로변 이면에 있어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강남권의 경우 3.3㎡당 임대료가 5만원대로 대로변에 비해 40% 이상 저렴해 중소·중견기업이 입주해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90년대나 2000년 초반에 지은 건물이 많다보니 노후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건물 로비부터 엘리베이터, 화장실이 낡아 직원들의 불편이 심한데다 주차공간도 좁다. 여기에 층별 임대면적이 좁아 두개층 이상을 동시에 빌려쓰는 곳이 적잖은데, 이렇다보니 복사기나 탕비실 등 필요한 시설을 층마다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비효율도 생긴다.
반면 최근 도심권에 선보인 20층 이상 고층 오피스 빌딩은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바꾸고 화장실과 로비를 개·보수하는 등 리모델링에 열심이다. 건물주와 연간 계약을 맺은 PM(자산관리)·FM(시설관리) 전문 회사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단순한 시설 운영부터 임차계약 대행, 임대마케팅까지 다양하다. 남효준 교보리얼코 LM팀 과장은 “정기적인 시설 보수로 임차인에게는 좋은 업무환경을 제공하고 우량 임차인을 모집해 건물주에게는 수익성을 높여주는게 관리회사의 역할”이라며 “부동산 펀드나 리츠, 외국계자본이 매입한 도심권 오피스건물은 모두 관리전문회사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 카이트타워와 명동 프라임타워 등 교보리얼코가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 오피스만 130여곳에 달한다.
기업이 대형오피스로 옮기는데 걸림돌이던 비싼 임대료는 렌트프리 덕택에 해결됐다. 고신 NAI프라퍼트리 대표는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연초 평균 두달 수준이던 강남 오피스 렌트프리 기간이 최고 6개월까지 늘었다”며 “실질 임대료가 작년보다 15%가량 떨어지자 이면도로 소형 빌딩에 있던 기업들이 비슷한 예산으로 입주할 수 있는 대형 오피스로 옮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
고 대표는 “대형 오피스건물을 자산운용사가 매입하면 무조건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나서 자산가치를 올린다”며 “관리수준이 높은 대형 오피스에 대한 선호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