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센터장이 본 2015년, 그리고 2016년 증시 / ① 증시 결산◆
2015년은 최근 몇년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박스피(박스코스피)’의 모습을 보였다. 연초 1910선에서 4월 말 2289.54까지 모처럼만의 랠리를 펼치지기도 했고 지수가 2100선에서 1800선까지 수직 낙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관심 밖에 있던 종목들이 새로운 시장 주도주로 부상했고 어떤 종목들은 시장에 큰 쇼크를 안기기도 했다. 다가오는 2016년에 대한 전망은 더욱 안갯속이다. 글로벌 경기나 국내 기업의 실적면에서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매경닷컴은 앞으로 3회에 걸쳐 NH투자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만나 올 한해 증시를 되돌아보고 내년을 전망하는 기획을 다뤄본다. <편집자주>
‘올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종목을 하나만 꼽는다면.’
증시를 차분히 지켜봐왔던 투자자라면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화장품주,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어닝 쇼크 종목, 삼성물산 등 경영진과 주주간의 대립이 있었던 종목 등 여러 상장사들의 이름이 스쳐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국내 5대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의견은 거의 일치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등이 모두 ‘한미약품’이라고 답했다. 안병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만 “한 종목만 꼽기는 애매하다”고 답했을 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종목 중 하나일 뿐이었던 한미약품은 올 3월부터 대박 수준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잇따라 터뜨리며 단숨에 신데렐라로 변신했다. 한미약품의 주가가 올 한해 6배 이상 뛰면서 제약바이오주가 시장 주도주로 떠오르기도 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한국 주식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 “장기간의 R&D가 결실을 맺었다”, “제약 바이오업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등의 의미를 부였다.
올 한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이슈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이 엇갈렸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꼽았다.
이창목 센터장은 “9년 만의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연초부터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시장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스탠스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라며 “신흥국가들은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로 주가 폭락, 통화 약세 등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이상화 센터장도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는 하반기에 장이 약세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신동석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가장 큰 이슈로 국제 유가 급락을 꼽았다. 디플레이션 위험과 신흥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준재 센터장은 대기업의 주주친화정책 확대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과 함께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삼성그룹과 앨리엇 간의 공방전을 올해 가장 큰 이슈로 제시했다.
올해 증시를 사자성어로 정리해달라는 주문에는 크게 두 가지로 대답이 나뉘었다.
이창목 센터장은 꽃만 피고 열매가 없다는 뜻의 ‘華而不實’(화이부실), 신동석 센터장은 가야 할지 머물러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르는 ‘거주양난’(去住兩難)이란 사자성어를 소개했다.
이 센터장은 “상반기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주식시장이 상승출발 했으나, 글로벌 경기와 기업실적이 여전히 부진하면서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도 “유로화와 엔화 약세로 선진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중국 경기 부진으로 기업환경의 어려움이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원칙에 충실한 투자를 하라는 사자성어도 많이 언급됐다.
이준재 센터장은 우직하게 기본에 충실하라는 ‘우생마사’(牛生馬死), 이상화 센터장은 순리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의 ‘順天者存’(순천자존)을 올해 증시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꼽았다.
이준재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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