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33거래일 연속으로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며 역대 최장 순매도 기록을 경신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사우디 오일머니가 신흥국 증시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한국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지난해 12월 2일부터 지난 20일까지 33거래일 내리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자 코스피지수는 장중 연중 최저인 1830.06로 풀썩 주저앉았다. 외국인들의 거센 매도 폭격에 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24일 기록한 코스피 저점 1800.75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경제 기초체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탄탄하다는 공감대가 있는데도 외국인 매도세가 당시를 방불케 하는 것은 위험을 조금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이라며 “반복된 위기를 경험한 투자자들의 트라우마가 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매서운 속도로 이탈하는 중동계 자금이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증시 급락을 주도했다.
지난해 6월부터 한국 주식을 팔기 시작한 사우디 오일머니는 11~12월동안 집중적인 매도 공세에 나서 12월까지 총 4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의 30%에 육박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월 한달 외국인 순매도 최상위국가 역시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SAMA(사우디중앙은행)를 중심으로 지난 한 달 무려 7700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사우디 다음으로는 중국계(5885억원) 호주계(2740억원) 자금 순으로 이탈 규모가 컸다.
신중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반등하지 않는 한 당장 오일머니의 투매가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원유 공급과잉이 연일 가격을 누르는 가운데 올해 1분기말 계절적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안정화돼야 사우디의 돈줄 죄기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은 최장 순매도 기간동안 코스피 20개 업종 가운데 음식료·전기가스 등 단 2개 업종을 제외하고 전부 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피를 지탱하는 두 축인 전차(電車) 군단에서 외인 자본이 3조원 증발하는 등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2%, 10%에 육박하는 전기전자(IT)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 업종에서 외인 자금이 각각 2조4467억원, 4118억원어치가 빠져나간 것이다. 금융과 철강업종에서도 8890원과 4598억원이 이탈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1조8237억원) POSCO(3940억원) 현대차(2831억원) 삼성생명(2665억원) 삼성화재(2419억원) 현대모비스(2280억원) 등에 매도가 집중됐다.
조병현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유출되다보니 IT·자동차 등 시총 상위주에 대한 매도가 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수급뿐만 아니라 펀더멘탈까지 좋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팔아치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얄궂은 외국인이 매도 폭격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여전히 매수한 업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음식료와 전기가스 업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간을 11월까지 넓혀 잡으면 화장품 등 화학업종까지 사들였다.
외국인투자자가 선택한 업종의 공통점은 바로 ‘실적’이다. 중국시장에서 고성장을 이어가는 화장품주, 저유가 속에서 마진확대가 기대되는 화학주, 경기변동에 관계없이 매출이 꾸준한 음식료주 모두 실적 기대감이 커지는 추세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결국 핵심은 성장성에 기반을 둔 실적과 업황”이라면서 “매출이 안정적인 음식료 업종,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가가 절감되는 전기가스·화학 업종, 중국소비 성장에 기대는 화장품 업종 등이 관심부류”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는 음식료업종의 경우 지수가 올 들어 2.9% 올라 코스피 수익률을 8.8%나 웃돌았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경기방어주가 주목받는 데다 국제 곡물가격 흐름도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호재는 올 상반기 음식료 판매단가 인상이 유력하다는 점이다. 특히 당장 지난해 4분기 실적부터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농심과 하이트진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농심은 코스피가 최저치를 기록한 이날에도 장중 52주 신고가 51만8000원까지 치솟으며 50만원을 돌파했고, 하이트진로는 이날 한때 신고가 2만9650원을 경신해 시가총액 2조원 반열에 올랐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시기에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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