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만 감정가 기준 2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노른자 땅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상암동 DMC 랜드마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 등 최근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줄줄이 매각에 실패했다.
지난 26일 실시된 상암DMC 랜드마크부지 매각에는 입찰 신청자가 단 한명도 없어 유찰됐다. 매각 용지는 DMC랜드마크 2필지인 F1(3만777㎡)과 F2(6485㎡) 총 3만7262㎡ 규모로 감정평가액은 4341억원이다. DMC랜드마크 부지에 관심을 보였던 뤼디그룹 등에 따르면 부지인수 비용을 포함 총 3조원에 달하는 사업비 외에도 5년간 팔 수 없는 전매제한, 교통개선대책 등 매수조건들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경영 여건 등에 따라 매각 여부를 결정하고 만약 팔 게 되면 세금을 내도록 하면 되는데 무조건 팔지 말라는 것은 독소조항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준공 후 5년 정도 지나야 건물이 자리를 잡고, 국내 정서상 사업자가 개발하고 바로 떠나면 먹튀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자가 직접 교통개선대책을 제안하는 조건 역시 롯데월드타워에 비춰볼 때 결국 교통분담금을 부담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어 표현만 바뀌었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같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상암동 DMC 랜드마크 부지 외에도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과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 매각도 공회전을 거듭 중이다.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는 지난해 8월과 9월 두 차례 공개매각에서 모두 유찰됐다. 토지 2개 필지 3만1543.9㎡와 건물 9개동(전체 면적 2만7743㎡) 규모로 감정가는 9725억원에 달한다. 삼성동이라는 입지 때문에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가격과 함께 부지 절반 이상을 업무시설(오피스텔 제외), 관광숙박시설, 문화·집회시설 등 마이스(MICE) 관련 시설로 채워야 하는 등 개발 조건이 부담이다.
이르면 오는 6월 ‘삼수(三修)’에 도전하기 위해 시는 분할 매각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사업자가 매입하기에는 1조원에 육박하는 땅값이 부담스러운 만큼 2~3개로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지는 코엑스·한국전력부지와 함께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한 축을 이루는 만큼 매각 속도를 내야 개발 시너지 효과가 커서 시가 분할 매각 카드를 꺼낸 것이다. 다만 분할할 경우 땅값 자체는 내려가더라도 세로로 길게 배치된 땅 모양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져 매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두 번 유찰된 경우 최초 가격에서 최대 20%까지 땅값을 낮출 수 있지만 시는 가격은 그대로 두고 대신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마이스 비중과 현재 330%인 용적률 상향 등의 조건을 완화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파이시티 사업 부지인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도 최근 공매에 실패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이시티 부지 약 9만6000㎡로 4500억원의 토지 비용과 함께 인수자가사업시행을 위해서는 새로 인허가권을 획득하기까지 1~2년을 더 기다려야 해 인허가 위험도 리스크로 꼽힌다. 이 외에 마곡 특별계획구역 부지 매각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대형 프로젝트는 단순 개발이 아니라 고용유발사업이라 불릴 만큼 경제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민간 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
[김기정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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