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6% 가까이 급락하면서 코스피를 짓눌렀다. 최근 지수를 끌어올리던 외국인도 이날 다시 ‘팔자’로 나서면서 지수 하방 압력에 무게를 실었다.
2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8.22포인트(0.95%) 내린 1906.60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0.51% 내린 1914.96에 개장한 이후 장 내내 낙폭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장 막판 개인 중심의 매수 물량이 축소된 가운데 외국인이 매도폭을 소폭 늘리면서 낙폭을 1% 가까이 확대했다.
이날의 하락세는 국제 유가가 급락해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전날까지 지수가 나흘 연속 상승해 차익실현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달 27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해 전날인 1일 한달여만에 1920선을 회복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다시 1900선까지 내려앉으면서 2월 안도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물거품이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 이렇다할 상승 모멘텀이 부재해 비관론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의 긴축정책 속도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은 호재로 꼽힌다.
전날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중국의 경제 구조조정이나 낮은 국제유가 등 세계 불확실성이 이어지고있다”며 “금융시장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이는 미국 성장과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연준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처럼 낮은 기준금리는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다소 늦춰질 경우 외국인의 우호적인 수급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이 500억원 가량의 매물을 내놓긴 했지만 최근 역대 최장 매도구간을 지나면서 ‘팔 만큼 팔았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도를 주도했던 중동·유럽계 자금의 매도압력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코스피 시장에서의 외국인 수급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다. 운송장비, 화학 등은 2% 넘게 내렸고, 증권, 서비스업, 제조업 등도 1%대 약세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은행(-0.99%), 금융업(-0.96%), 의약품(-0.95%), 철강금속(-0.87%), 종이목재(-0.83%), 운수창고(-0.80%) 등이 떨어졌다. 반면 섬유의복(0.69%), 비금속광물(0.36%) 등은 빨간 불을 켰다.
매매주체별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04억원, 333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으며 개인은 274억원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1015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5% 넘게 하락했고, 삼성에스디에스,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도 2~4%대 약세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장 내내 등락을 거듭하던 삼성전자는 0.60% 하락한 반면 한국전력은 강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이날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10% 넘게 급등했다. 전날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34억원으로 전년 대비 30.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6505억원, 134억원으로 각각 1.2%, 28.8% 늘었다.
반면 인수합병 기대감에 급등했던 동아원은 사조그룹에 피인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315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를 기록한 동아원을 포함해 496개 종목은 내렸다. 상한가 종목은 없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0.69포인트(0.10%) 내린
코스닥 시총 상위주 역시 줄줄이 내렸다. 셀트리온, 카카오, CJ E&M 모두 1%대 하락했고 메디톡스는 3% 이상 밀려났다. 반면 동서는 1.31% 올랐고, 바이로메드, 코미팜 등은 2% 넘게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손오공, 넥스턴 등 두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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