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신용위기의 척도가 됐던 신용파생상품인 은행권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료제공업체 마르키트 자료를 인용해 이날 유럽 은행들의 선순위 채권에 대한 평균 CDS 프리미엄이 201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CDS 프리미엄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 등 미국 은행들의 회사채 CDS 프리미엄도 동반 급등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은행들의 수익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최근 유럽 은행권을 중심으로 은행 위기론이 증폭되고 있는 점도 CDS 프리미엄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문제는 CDS 프리미엄 자체가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은행주가 곤두박질 치고,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카마레스 캐피털의 앙투안 코넛의 투자 매니저는 “CDS가 시장 심리를 움직이고 있다”라며 “강세장에서는 투자자들이 CDS를 사용하지 않지만, 지금은 상황이 나빠지면서 CDS 프리미엄이 다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CDS 프리미엄이 금융시장의 위험을 가늠할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했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기업의 신용이 나빠져 채권 발행에 더 큰 비용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파생상품은 2008년 신용위기를 촉발한 ‘원흉’이라는 악명을 얻은 바 있다.
이후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복잡성과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증폭시킨다는 비난 속에 신용파생상품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CDS 시장 규모도 2007년 말 57조 9천억 달러에서 작년 6월 말 기준 14조 6천억 달러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규모는 줄었지만, 신용위험을 보여주는 척도로서의 역할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의 아리트라 배너지 신용파생상품 전략가는 “은행 CDS는 전체 금융 위험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늠할 매우 중요한 도구다”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위험이 커지면서 CDS 프리미엄이 동반 급등하고 있고, 이를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이체방크의 CDS 프리미엄이 가장 크게 움직이고 있다.
마르키트에 따르면 은행이 발행한 5년 만기 채권, 1천만 달러어치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 경우에 대비한 연간 보험료는 전날 3만 6천 달러에서 이날 26만 8천 달러로 폭등했다. 이는 2011년 11월 이후 최고치이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수익 악화로 오는 4월 만기가 돌아오는 코코본드(우발 전환사채)에 대한 이자 지급을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코코본드는 유사시 투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채무가 상각되는 조건이 붙는 채권을 말한다.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올해 들어 40% 이상 폭락했다.
도이체방크는 이자를 지급할 충분한 자금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는 확
도이체방크는 현재 수십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DS 프리미엄을 낮춰 시장의 투자심리를 돌려놓기 위해서다.
맨그룹 GLG 사업부의 피에르 라그랑즈 글로벌 주식 부장은 “지금은 CDS가 은행 쪽의 주식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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