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이 5거래일째 순매수를 이어가며 코스피를 끌어올렸다. 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싸지자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26.92포인트(1.47%) 오른 1862.2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투자가가 국내 주식을 2317억원어치 사들였다. 국내 기관투자가 순매수 중에서는 증권사의 순매수가 195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말 국제유가가 12%나 급등한 데다 위안화 가치가 안정세를 보이자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중국 증시의 리스크가 줄었다고 판단한 증권사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전체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3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말 기준 PBR(0.91배)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PBR는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주가가 얼마만큼 반영하는지를 보여준다. PBR가 1배에 못 미친다는 것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이에 일부 국내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증시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대표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과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한목소리로 "막연한 공포감이 투자 심리를 지배할 때가 투자할 타이밍"이라며 "지금이 그러한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가가 급등한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지만 아직 확실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수급적인 면에서도 아직까지 외국인이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그나마 순매수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주로 단기 투자 위주로 주식 매매를 하는 증권사들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환진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