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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행 관계자는 "유가 ETF 상품은 투자자가 지는 위험에 비해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은 데다 원유 선물 교체(롤오버) 비용까지 발생해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초 국제 유가 변동성이 높아지자 일부 유가 ETF는 지난해 말 대비 거래량이 100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원유 투자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거침없는 유가 반등 폭에 비해 ETF 수익률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WTI 가격은 지난달 11일 배럴당 26.21달러를 저점으로 한 달 만에 46.1% 급등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 관련 국내 ETF 수익률은 11~19% 선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TIGER원유선물과 KODEX미국에너지 ETF 수익률은 각각 18.9%, 11.6%에 불과하고 KStar미국원유생산기업 ETF 수익률이 19.5%로 그나마 선방했다. TIGER원유선물 같은 ETF가 국제 유가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ETF가 원유 현물이 아닌 선물에 투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가가 낮더라도 상승이 전망되는 상황이면 원유 선물가격이 현물에 비해 비싸진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졌다 하더라도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유가 상승을 전망하는 상황이라면 투자자들은 WTI보다 비싼 가격에 원유 ETF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선물 투자는 만기가 있어 유가 ETF가 편입한 선물 만기가 돌아오면 다른 월물로 롤오버를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비용이 많이 든다. 한 증권사 ETF 관계자는 "롤오버 비용은 많게는 월 2~3%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유가가 급등하지 않고 상당 기간 현 수준을 유지하면 롤오버 비용 때문에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KODEX미국에너지와 KStar미국원유생산기업 ETF는 실제 원유가 아니라 미국 에너지 기업에 투자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 관점에서 바라보면 유가 상승을 전망하고 GS칼텍스나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하는 식"이라며 "수익률이 유가 변동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 부침에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Kstar미국원유생산기업 ETF는 원유와 가스 탐사·생산 기업(업스트림) 위주로 투자해 유가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KODEX미국에너지는 원유 가스를 운송·보관하는 기업(미드스트림)과 원유 정제 및 석유가스 판매 기업(다운스트림)까지 포함해 민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를 바닥으로 판단하고 섣불리 투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외국계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국제 유가 하루 급등락률이 5%를 넘어설 정도로 변동성이 커져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개인투자자가 투자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