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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03월 17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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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국내 시장점유율이 어피니티-KKR 컨소시엄에서 AB인베브로 주인이 바뀐 이후 현저히 악화되고 있다. 오비맥주의 '상징' 장인수 부회장 등 임원진들의 이탈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7일 오비맥주 사정에 정통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장 부회장 등 오비맥주 영업 노하우를 잘 아는 전 임원들이 오비맥주를 떠나며 영업망이 무너진 때문"이라고 오비맥주 실적 부진의 이유를 지적했다.
오비맥주 국내 시장 점유율은 어피니티 컨소시엄 인수전인 2007년 39.6%에서 매각 직후인 2014년 60.4%로 급등했다. 이같은 실적 신장세를 바탕으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18억달러에 인수했던 오비맥주를 58억달러에 되팔아 4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매각 차익을 얻었다.
매각 당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인수자인 AB인베브에 "장 부회장 등 경영진의 능력 덕분에 실적이 좋아진 것이니 이들을 계속 중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회장 등 임원진은 1200개 맥주 도매상을 상대로 매년 연하장은 물론 명절선물을 직접 챙기며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공을 들였다. 이 결과 1위 자리를 고수하며 안이하게 대응하던 하이트맥주의 빈 틈을 공략하며 단숨에 업계 선두로 올라선 것은 유명한 일화다.
특히 오비맥주는 손님들이 맥주를 주문할 때 브랜드명을 특정하는 경우보다 그냥 "맥주 주세요"라고 하는 점에 착안해 식당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 '맥주 = 하이트'라는 등식을 '맥주 = 카스'로 바꿔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AB인베브는 오비맥주 인수 이후 장 부회장 등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장 부회장과 같이 오비맥주 경영을 이끌던 임원들을 대거 퇴진시켰다. 대신 AB인베브가 선택한 인물은 브라질 태생 프레이레 사장이다. 그는 AB인베브 입사 이후 영업·생산·구매·물류 등 전 분야에 능통한 글로벌 맥주 전문가다.
이에 대해 IB 관계자는 "프레이레 사장이 글로벌 맥주 전문가이긴 하지만 도매상 중심 영업이라는 한국적 특성과 맞지 않은 측면이 컸다"고 평가했다. 억세기로 유명한 한국 주류 도매상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경영진이 직접 발로 뛰는 영업이 절실한 상황에서 낯선 '이방인'이 이들을 컨트롤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오비맥주의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글로벌 시장을 노린 오비맥주 영업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비맥주 국내 연 생산량은 2014년 1억775만상자에서 지난해 1억3198만 상자로 늘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프레이레 사장이 취임 시점부터 맥주 수출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힌바 있다"며 "글로벌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AB인베브 전체 관점에서는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시장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