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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억달러(약 17조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금융사 인수·합병(M&A) 전문 투자회사인 JC플라워스(J. C. Flowers·JCF) 크리스토퍼 플라워스 회장(사진)이 최근 여의도 IFC빌딩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한국 투자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플라워스 회장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라워스 회장은 지난해 인수한 두산캐피탈과 KT캐피탈 경영 실적을 점검하고, 국내 주요 연기금 자금운용본부장(CIO) 등과 만나 국내 투자 확대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최대 리테일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부실 금융투자사인 메릴린치를 500억 달러에 인수하는 초대형 딜을 자문한 당사자로도 유명하다. 이 딜로 BOA는 리테일 뿐 아니라 IB,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초대형 은행으로 거듭나게 된다.
당시 그가 민간 금융기관 인수합병 전문가로서 정부와 금융기관 협상에 참여했던 모습은 영화 '대마불사(Too Big To Fail)'에도 묘사돼있다.
그는 현재 일본 신세이은행, 네덜란드 NIBC은행 이사회 멤버이다. 한국에는 지난해 8월 KT캐피탈, 10월 두산캐피탈을 인수하면서 진출했고 현재 HK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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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최상의 타이밍"이라며 "한국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플라워스 회장은 구체적인 회사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한국에서 현재 투자한 캐피털, 저축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증권사, 신용카드사, 은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 섹터에 대해 지분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 투자 대상은 금융서비스 전 부문을 망라한다"며 "시장 환경, 인수 가격, 인수 회사 경영 성과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투자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캐피탈에 이어 HK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한 이유도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KT캐피탈과 두산캐피탈을 합병하고, HK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하면 기업금융과 리테일을 아우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과거 '론스타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로 외국 자본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플라워스 회장은 "JCF는 중장기 투자를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 신세이은행에 16년간 투자한 게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플라워스 회장은 신세이은행에 현재까지 1조300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그는 "KT캐피탈 새 경영진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면 한국 시장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T캐피탈 지배구조는 JCF가 인수한 후 180도 바뀌었다.
기존에 없던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했으며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을 설치해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갖췄다.
플라워즈 회장은 "이사회에 내부인보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사외이사를 많이 두는 게 경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JCF는 KT캐피탈 설립 멤버이자 업계 전문가인 이중무 대표를 선임해 조직을 정비하고, 인수 당시 자산 1조7000억원, 고정이하여신비율 3.4%이던 회사를 작년 말 자산 2조원으로 성장시키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8%로 개선해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KT캐피탈은 두산캐피탈과 합병, HK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한 후 올해 하반기 'KT'의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브랜드로 재기할 예정이다.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플라워즈 회장은 한국의 핀테크업체에도 관심이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핀테크업체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거운 상태라고 밝혔다. JCF는 작년 9월 독일의 온라인 신용정보 기반 대출회사인 크레디테크에 투자했다. 플라워즈 회장은 "전세계적으로 핀테크 산업이 인기를 얻으면서 과도한 자금이 한 곳에 집중돼 모두가 꿈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출보다는 지급결제 분야가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도
플라워즈 회장은 중국 투자에 대해서는 "중국 현지 시장에 투자하는 딜을 여러번 검토해봤지만 아직까지 적합한 투자 기회를 찾지 못했다" "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