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일정에 따라 한동안 거래가 정지됐던 현대상선이 매매거래를 재개했다.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집회 등 현대상선의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주가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9일 현대상선은 시초가 대비 550원(3.81%) 내린 1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현대상선은 지난달 20일 이후 보름여 만에 거래를 재개했다. 이는 앞서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정된 7대 1 감자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도 62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률이 63%까지 뛰어올랐다. 현행 거래소 규정상 자본잠식률이 50%가 넘은 상태가 2년간 지속되면 상장폐지가 되기 때문에 현대상선은 상장 유지를 위해 감자를 단행했다. 감자를 위한 구주권 제출을 위해 한동안 거래가 정지됐다가 이날부터 거래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거래 정지 전날인 지난달 19일 현대상선은 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 가치는 그대로인데 감자 탓에 주식수가 1/7로 줄었다. 이를 감안하면 이날 종가 1만3900원은 거래 정지 직전 2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거래 정지 직전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해운·조선업에 대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현대상선이 거래 정지 기간 중 법정관리로 직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한진해운마저 채권단 자율협약 상태에 돌입하면서 해운업 전반에 대한 불안감은 한층 고조됐다. 그에 비하면 이날의 시장 반응은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다.
현대상선의 명운을 쥔 용선료 협상은 아직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해외 22개 선주사들과 용선료를 30% 가량 인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협상 시한을 오는 20일로 못박았다. 현대상선은 해외 선주사 대부분과 용선료 조정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현대상선에 배를 많이 빌려준 해외 선주사들과의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4일에도 “협상이 잘 안 되면 법정관리 밖에 없다”고 밝히는 등 기한 내에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용선료 협상이 매듭지어지면 현대상선은 이달 말경에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채무 조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용선료 협상이 실패하면 법정관리로 가고, 용선료 협상이 성공하더라도 또 다시 큰 산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3월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1200억원 규모의 사채 만기를 연장하려 했지만 일부 사채권자들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감자를 통해 주주가, 용선료 조정으로 선주들이 희생한 만큼 채권자들도 출자 전환과 채무 조정을 통해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희생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용선료 협상과 채권자들의 출자 전환 등 모든 경영 정상화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에게는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기업의 경영은 정상화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대규모의 신주가 발행돼 주당 가치가 희석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자 전환의 경우 현재 논의되는 채무 60%의 출자전환안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1조200억원이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즉 1조원 가량의 채권단의 대출금이나 회사채가 현대상선 주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출자전환 규모가 커질 수록 기업의 재무구조는 안정화되지만 신주 발행이 그만큼 많아져 주식가치 희석도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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