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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 발전의 이 같은 딜레마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경제 성장의 척도인 GDP 통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 GDP 통계가 우버택시 등 디지털 경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삶의 질 같은 근본적인 고민을 못 담는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본관에서 경제동향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근래 디지털 경제가 확대되면서 GDP 신뢰성이 점차 낮아지는 것 같다"며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해 GDP 통계 추정 방법을 개선시키고 생활 수준을 보다 잘 나타낼 수 있는 지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수정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면서 "GDP 0.1~0.2%포인트의 차이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낮추는 등 저성장 염려가 커진 데 대해, 현재 GDP 통계 체제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총재는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석학들을 초빙해 결성한 '스티글리츠 위원회'를 소개하기도 했다. 스티글리츠 위원회는 당시 △양보다 질로의 변화 △환경의 중요성 등 삶의 질을 반영하는 GDP 대안지표를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국민계정 통계 작성 방식인 SNA(System of National Account)에 대해 국제 사회에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GDP 통계 잣대인 SNA는 주요국과 국제연합(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통계청이 머리를 맞대고 개정한다. 현재 디지털 통계를 GDP에 반영하자고 요구하는 국가는 프랑스 영국 등이다. 특히 프랑스는 우버택시, 에어비앤비 등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우버택시 등의 경우 우선 국내법으로 허용돼야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통계상 산업군으로도 분류되기 때문에 GDP 통계에 반영이 가능하다"면서 "다만 현재는 이들 서비스를 통계로 잡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경제 상당수는 산업 분류가 애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은 견해다. 예를 들어 우버택시의 경우 서비스업인지 운송업인지 모호하다는 평이다.
이 밖에 한은은 이와 별도로 디지털 경제 중 일부를 GDP 통계 작성 시 샘플 조사 대상으로 삼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GDP 작성은 샘플 조사를 실시해 데이터를 취합한 뒤 가공하는 통계이기 때문에 산업 분류가 명확한 디지털 경제를 샘플 조사 대상으로 삼아 GDP에 반영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를 GDP 작성에 반영할 경우 국내 GDP도 소폭 오르는 효과가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는 "GDP는 집계 지표이기 때문에 분배·환경문제가 반영되지 않고 가계·기업부채 등 구조적 문제도 보여주지 못한다"면서도 "여러 가지 지표를 조화롭게 분석해 본질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전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덕 기자 / 정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