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연금으로 노후준비 탄탄…美연금시장 가보니
![]() |
해처 씨는 "고령화시대에 공적연금인 사회보장 연금제도만 믿기에는 위험하다"며 "세제 혜택이 있는 개인연금을 비롯해 다양한 수단으로 노후 준비를 해온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의 파도를 넘고 있는 미국에서 사적연금 진화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작년 말 기업 퇴직연금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MyRA'라는 제도가 도입되는 등 공적연금에만 기대지 않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또 퇴직연금의 경우 확정급여(DB)형보다 확정기여(DC)형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투자에 전문적이지 않은 개인들을 위해 연령별로 맞춤형 자산운용 계획을 짜주는 '타깃데이트펀드' 유행을 낳고 있다. 이와 함께 사적연금도 퇴직 후 일정 기간 소득을 보장해주는 최저인출보증(GMWB)에서 사망 때까지 소득을 보장해주는 평생소득인출보증(GLWB)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도 고령화다. 미국에서는 매일 1만여 명이 은퇴하고 있고 현재 4800만여 명인 은퇴자가 2050년 850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미국이 15%로 한국(13.1%)보다 높다.
폴 헨리 글로벌 생명보험 마케팅리서치협회(LIMRA) 상무는 "미국에서도 사회보장연금 같은 공적연금 시스템의 유지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있다"며 "공적연금에만 기댈 수 없다는 생각이 많지만 10명 중 4명은 노후를 위한 저축을 안 할 정도로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연방·주정부 등에서 세제 혜택 확대를 비롯한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DC형 퇴직연금에 대해 연간 소득공제 상한액을 1만7500달러에서 1만8000달러로 높였다. 또 은퇴세대의 노후 준비를 돕는 캐치업 제도(Catch-Up Policy)에 따라 50세 이상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액도 5500달러에서 6000달러로 상향했다.
이준섭 보험개발원 상무는 "한국은 퇴직·개인연금을 합쳐서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 공제를 해주지만 세제 지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3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연금 가입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세제 혜택을 높이는 추세인 만큼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도 이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개인들의 연금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작년 말 MyRA라는 연금계좌를 도입했다. 제이미 칼라마리데스 푸르덴셜 퇴직연금 최고마케팅책임자는 "MyRA는 기업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으로 소득·납입액 규제가 있지만 세제 혜택도 있고 자산을 국채 등에 운용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국 27개주에서는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하도록 주정부가 지원해주는 법안을 발효했거나 연구 중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여러 기업이 모여 함께 퇴직연금을 구성하는 '복수 기업 퇴직연금(Multiple employer plan)'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의 고령화 진행은 퇴직연금과 기업연금의 상품구조도 바꿔놓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령화로 퇴직 후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이 급격히 늘면서 DB형 비율이 줄고 DC형이 늘고 있다. 미국 근로자 중 63%가 퇴직연금에 가입했고 이 가운데 43%가 DC형, 20%가 DB형이다. DB형 중심인 한국과 대비된다.
조지 개넌 푸르덴셜 국제보험사업부 전략담당 상무는 "연금보험은 과거에는 퇴직 후 일정 기간 소득을 보장받는 최저인출보증형 상품이 많았으나 고령화로 언제까지 연금을 받아야 될지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여생 동안 소득을 보장받는 평생소득인출보증상품으로 전환되
고령화에 따라 미국에서는 설계사의 의무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설계자가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안을 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 등의 징계를 받는 내용을 포함한 강화된 수탁자 기준(fiduciary standard) 법안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워싱턴DC·윈저(코네티컷주) =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