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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최근 연금·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들과 조찬간담회를 열어 "연기금이 국내 중소형주에 투자할 때 적용하는 코스닥에 불리한 투자지침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조찬간담회에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12개 국내 주요 연기금 CIO들이 참석했다.
김재준 코스닥시장본부 부이사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특성이 다른데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코스닥 기업이 연기금 자금을 유치하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연기금 CIO들에게 투자지침을 합리적으로 수정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직접 투자 때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매출액 300억원 이상 △반기 일평균 거래대금 5억원 이상 등을 잣대로 종목을 선별하고 있다. 이처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 코스닥 종목 가운데 88%가 투자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거래소 측은 분석했다. 김 부이사장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일부 연기금은 내부 투자지침에서 코스피는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코스닥은 500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에 보다 유연한 자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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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민연금은 당장 내부 투자지침을 바꾸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코스닥 종목들은 유통 물량이 워낙 적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 주가가 급등락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소액을 투자해서는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민간 운용사에 위탁운용하는 부문에서 코스닥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금의 절반 수준인 약 50조원을 위탁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코스닥150지수 편입 종목 등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얘기다.
특히 요즘 같은 약세장에서는 코스닥의 우량한 중소형주 투자가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취임 때부터 "대형주 쏠림 현상을 막고 수익률 제고를 위해 위탁운용 부문에서 중소형주 투자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6분의 1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중소형주 위탁운용 때 코스닥 투자 비중이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국민연금의 중소형주 투자액 가운데 코스닥 비중은 10% 선에 불과하다"며 "적어도 시가총액 비중인 16% 선까지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을 통한 코스닥 투자 확대에 나서면 사학연금을 비롯한 다른 연기금들도 따라나설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는 연기금 투자 확대를 계기로 코스닥시장에 대한 전체 기관 투자 비중이 늘어나면 코스닥시장의 고질병인 주가 널뛰기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미영 코스닥시
[김효혜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