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의 경제대국인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Brexit·브렉시트)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24일 국내 증시는 물론 주요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패닉상태에 휩싸이며 모두 급락세를 맞았다.
브렉시트를 판가름할 국민 투표는 영국시간으로 전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국 전역에서 실시됐다. 이날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3시)께 집계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총 126만9501표의 차이로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됐다. 탈퇴 지지율은 51.9%, 잔류 지지율은 48.1%였다.
이에 따라 영국은 지난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약 43년 만에 자립하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EU는 사상 최초로 회원국 이탈상황을 맞았다. 회원국은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들게 되며 영국의 탈퇴에 따른 ‘이탈 도미노’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 코스피 4개월만에 장중 1900선 밑으로
2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61.47포인트(3.09%) 내린 1925.24에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브리메인(Bremain·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힘입어 14.84포인트(0.75%) 상승 출발했으나 개장 초반 개표 결과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장중 하락 전환했다. 이후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지수는 브렉시트 공포가 높아지면서 오후 12시 50분께에는 4개월 여만에 장중 1900선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했다.
브렉시트 우려가 높아지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발동, 외국인들은 대거 자금 회수에 나섰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1481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46억원, 541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방어했다.
이날 코스피는 최고 2001.55포인트에서 최저 1892.75을 오가면서 이날에만 무려 108.80포인트 움직였다.
코스피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다. 특히 증권주는 6% 가량 크게 밀려났다. 이밖에 기계, 건설업, 종이목재, 의약품, 섬유의복, 철강금속, 은행, 유통업, 의료정밀, 금융업, 화학 등도 크게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역시 대부분 무너졌다. 시총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상승한 종목은 SK하이닉스와 오리온 두 종목 뿐이다. 특히 POSCO, 삼성물산, 신한지주 등은 4~5% 크게 급락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단 40개 종목만이 올랐고 824개 종목은 떨어졌다.
◇ 코스닥 사이드카 발동…장중 6%↓
코스닥은 전일 대비 32.36포인트(4.76%) 내린 647.16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브리메인 기대감과 함께 1%대 강세 출발했지만 개표 상황에 이내 힘이 빠지면서 오후 장중 6% 넘게 폭락, 오후 12시 50분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란 선물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떨어질 때 현물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현물 매매 체결을 지연시키는 시장 장치다.
코스닥150지수 선물 가격이 6%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고, 코스닥150지수 현물 가격이 3%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사이드카가 발동하면 프로그램 매매는 5분간 정지된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1401억원 어치를 내다팔았다. 지수가 큰 폭으로 급락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한 투매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역시 크게 내렸다. 특히 코미팜은 9% 가량 하락했고 셀트리온, CJ E&M, 바이로메드, 컴투스, 파라다이스, SK머티리얼즈, 케어젠 등이 4~6%대 약세 마감했다.
녹십자랩셀, 제이씨현시스템 등 두 종목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 “공포가 현실로…하락장 대비해야”
브렉시트가 확정돼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단기적인 변동성 위험에 유로존 붕괴 우려가 더해질 것”이라면서 “지수가 단기 반등 시도 후 17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당장 오늘 밤 미국증시나 유럽증시에 이 충격이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다음 주 초까지 시장 심리는 많이 침체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마냥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시장이 폭락할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변화된 환율에 대한 조건과 브렉시트 문제가 봉합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전제됐을 때에는 언제든 상승에 대한 기
김 팀장은 “추가 충격에 대한 부분을 가정하더라도 지난 2월의 1800선 수준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다소 적어보인다”면서 “다만 하락 이후 지수가 회복하더라도 이는 상승장의 개념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적정 수준으로의 회귀’ 정도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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