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초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서는 불과 이틀만에 이 지역 최고청약경쟁률을 갈아치운 아파트가 잇따라 나타났다. 지난 6일 분양한 ‘미사강변 호반 써밋플레이스’가 평균 54.1대1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문을 연 미사 분양시장 평균경쟁률 최고치를 찍더니 8일에는 ‘하남 미사 신안인스빌’은 77.5대1로 아예 올해 수도권 분양단지 경쟁률 1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딱 1타입이 나온 전용면적 84㎡ 261가구에는 서울·인천 거주자가 무려 7589명이 몰렸는데 이는 당해지역 청약자(1759명)의 4배를 넘는다.
#.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아파텔(주거용 오피스텔)’로 분양해 계약 3일만에 모두 팔려나간 ‘e편한세상 시티 삼송’. 총 588실 규모인 이 오피스텔 계약자 중 35%는 모두 서울주민이다. 이동준 엠디엠 전무는 “삼송지구 바로 옆인 서울 은평구 거주자가 가장 많고 서대문구, 마포, 종로에서도 몰렸다”며 “대부분 광화문 등 도심지로 출퇴근하기 위해 직주근접형 주거지를 찾는 실수요자들”이라고 설명했다.
1554만원 vs. 1224만원. 3.3㎡당 평균 서울 아파트 ‘전세가’와 경기 아파트 ‘매매가’다. 두 곳의 매매가격을 따지면 2161만원(서울)과 1224만원(경기)으로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서울 전세금이면 경기에서 아파트를 사도 전혀 부담이 없는 셈이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경기도에서 아파트를 팔아도 서울에서 전셋집 하나 마련하기 불가능하다는 뜻도 된다. 서울 시민들의 경기도 ‘엑소더스’의 출발은 바로 이같은 극복하기 힘든 가격차이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만 해도 평당 600만원 수준이던 서울 전세금이 8년만에 2배 가까이 뛸 만큼 폭등하다보니 직장과 자녀교육 문제로 서울을 고집하던 이들도 도저히 재계약 금액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과 고양, 성남 등 올해 들어 서울 전세난민들의 발길이 멈춘 지역들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서울과 지리적으로 바로 붙어있어 강남과 광화문 같은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서울 생활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강남이나 광화문까지 편도 1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외곽지역들”이라며 “주거지를 옮기더라도 기존에 서울에서 누리던 생활패턴을 포기할 수 없다보니 광역교통망이 좋은 곳으로만 골라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택지지구 개발이 이뤄지면서 새 아파트 공급이 잇따르고 여기에 맞춰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이뤄지는 ‘신도시’라는 점도 주목된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하남은 미사강변도시, 고양은 삼송·원흥·향동지구, 성남은 위례신도시 일부를 품고 있는 수도권 대표 신흥 주거지”라며 “지하철 연장선 개통과 대형쇼핑몰 건립 등 각종 개발사업이 입주에 맞춰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활편의도 한층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남 미사강변도시는 입주 5년차인 오는 2018년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인 미사역이 개통하고 9호선 하남연장노선 추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급도 잇따라 올해 말까지 총 2만가구가 집들이를 하자 고덕주공 재건축으로 밀려난 강동구 세입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일부 단지는 분양가에 웃돈이 1억원까지 붙었다. 위례신도시가 있는 성남은 송파구를 비롯한 강남3구와 맞닿아 애초부터 ‘강남 생활권’으로 분류돼 분양 열풍이 불었다. 고양에서는 지하철 3호선으로(환승포함) 광화문까지 40분이면 닿는 원흥·삼송지구에 이어 최근에는 상암동과 붙어 있는 향동지구도 뛰어난 접근성 덕에 새로운 서울 서북권 주민들의 피난지로 각광받는다.
서울을 떠나 집을 찾는 이들의 1순위 관심사가 가격이다보니 서울 시민들이 많이 찾은 경기권 지자체라고 해도 세세하게 뜯어보면 그 안에서도 인기지역이 극명하게 갈린다. 올들어 서울에서 온 전입자수 톱(top)3인 성남시의 경우 실제 서울 시민들의 주택 거래가 몰린 곳은 판교신도시가 있는 분당구가 아니라 수정구였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통적인 부촌인 분당구 판교동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164만원으로 웬만한 서울 아파트보다 더 비싸다. 반면 수정구에서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는 태평동은 1026만원으로 판교동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부족한 자금 사정 탓에 반강제로 이뤄지는 이사다 보니 최대한 싼 곳을 찾는 소비행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서울에서 빠진 인구가 경기도로 몰리는 인구 풍선효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입주물량은 향후 3년간 2만가구 중반대를 유지할텐데 재건축 등으로 없어지는 주택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급효과는 거의 없는 셈”이라며 “전세와 매매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만큼 더 싼 집을 찾는 수요자는 당분간 계속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몇몇 인기지역에만 주택 매매가 몰리면서 서울에 이어 경기권에서도 ‘제2의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은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강남3구에 몰리던 투자수요가 이제는 수도권 신도시로 옮겨가고 있다”며 “새로 투입된 가수요가 이 지역 집값을 끌어올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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