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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최초의 뮤추얼 펀드인 '코리아 펀드'로 명성을 떨쳤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사진)가 이번엔 베트남 장기 투자 펀드를 들고 나왔다. 만 58세인 그는 앞으로 10년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베트남 펀드'를 출시하고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그간 연금펀드 등 장기투자 시 세제혜택이 있는 상품엔 폐쇄형이 더러 있었지만 일반 주식펀드 가운데 '10년 폐쇄형'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10일 메리츠자산운용은 베트남 주식과 국·공채 등에 분산 투자해 장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메리츠베트남증권투자신탁'을 다음달 5일부터 9일까지 판매한다고 밝혔다. 10년 폐쇄형이어서 중간에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해도 중도환매 요청은 받아주지 않는다. 펀드도 단타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선 일반 주식·채권형 펀드 가운데 이런 장기 폐쇄형은 인기가 떨어져 출시된 전례가 없다.
이 펀드의 설정일은 9월 12일로 선취수수료로 납입금액의 2% 이내를 내야 한다. 연간 보수는 0.96%다. 부득이하게 현금화가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설정 후 90일 안에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존 리 대표는 올 초 이후 베트남을 수차례 다녀왔다. 베트남어로 된 명함을 갖고 다니며 투자할 만한 회사에 직접 찾아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고 다녔다. 스스로 "이젠 베트남에 꽂혔다"고 말할 정도다.
베트남 펀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대뜸 "요즘 베트남에 가보셨나요"라고 되물었다. 답변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그는 "1984년 코리아 펀드를 만들었을 때 한국 시가총액이 40억원이었는데 지금 1400조원"이라며 "지금 시가총액 70조원밖에 안되는 베트남시장이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 보면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가득하다"며 "비록 베트남 기업이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존 리 대표는 1984년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라크에서 '코리아 펀드'를 만들었다. 상장 당시 600억원이던 이 펀드는 2005년 그가 사임할 당시에는 1조5000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는 그때를 떠올리며 "10년 전 삼성전자를 산다는 마음으로 지금 베트남을 산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간에 등락했지만 결국 회사의 가치만큼 주가는 꾸준히 올라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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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대표는 "10년이란 기간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투자란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단기적으로만 사고팔고 하는 한국적 마인드는 이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펀드의 설정액 규모를 500억~1500억원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베트남 주식시장의 시총이 70조원 정도인데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면 시장에 혼란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대형 펀드를 운용하면서 주식을 사고파는 전략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폐쇄형 펀드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기준 해외 주식형 펀드 순자산 총액은 14조9851억원인데 이 중 폐쇄형은 12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총액 대비 폐쇄형의 비중은 0.001%다. '메리츠베트남펀드'는 폐쇄형이지만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매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존 리 대표는 "배당으로 연 4%씩의 소득을 돌려줄 것"이라며 "채권에
[한예경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