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서울 중구 본점에 고종황제 흉상을 세운다. 한국 최초의 민족 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임을 내세우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 작업 과정에서 은행 위상 강화를 노린 포석으로 해석된다.
11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고종황제 흉상 제작을 추진 중이며 10월 말께 설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흉상이 들어설 위치는 본점 정문 근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흉상은) 실물 크기이며 현재 고종황제의 역사적 사료들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흉상 바로 밑에 '설립자: 대한제국 제1대 황제 고종(1852~1919)'이라는 명패를 만들어 우리은행이 민족 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임을 알릴 예정이다. 명패에는 1899년 고종황제가 자본금을 마련해 우리은행의 전신인 대한천일은행(하늘 아래 첫째가는 은행이라는 의미)을 설립했다는 문구도 함께 넣을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1899년 1월 30일 대한제국의 내탕금(황실 자본)과 조선 상인이 중심이 돼 '대한천일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1897년 한성은행이 국내 최초로 설립됐지만 일본 자본 유입 논란이 있는 은행이라 대한제국에서는 민족 자본 중심의 은행 설립 필요성이 나왔고, 이에 고종 황제가 직접 나서 대한천일은행 설립을 지시한 것이다. 설립 당시 '조선 사람 이외에는 대한천일은행의 주식을 사고팔 수 없다'고 명시하는 등 민족의 자존을 세우고 외세로부터 은행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은행 운영 역시 조선 전통 상인이 중심이 됐다. 최대주주는 황태자인 영친왕이었다.
대한천일은행은 1911년 조선상업은행, 1950년 한국상업은행으로 상호를 변경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