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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후보의 발언을 미뤄 보면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후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기구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고 싶어하고 해외에서도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입장은 유럽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빠져나가고 유럽이 스스로 군사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면 유럽 국가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도 시장을 위협하는 이슈다. 다음달 8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은 향후 수개월 그리고 수년간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내년 3월까지 리스본 조약의 50조를 발동해 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할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총선 등 주요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출발부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소위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낙관주의자들은 지난 6월 23일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의 거시경제 지표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며 브렉시트 우려가 과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직 실제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영국은 여전히 EU의 일원이며 회원국으로서 비용을 지불하고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경제지표에는 아직 영향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막상 트럼프 지지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논란이 있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유럽에서 익숙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로 인해 '베를루스코니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거리낌 없는 스타일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낮게 나왔지만 실제 결과에서는 훨씬 높은 득표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도 큰 변수다. 12월 4일로 예정된 이탈리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렌치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지면 사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제는 아니다.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2018년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투표가 큰 표차로 부결된다면 총리직 유지 자체가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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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향후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은 금융시장이 정치변수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 될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심리와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데이비드 잔 프랭클린템플턴 부사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