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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파업 여파로 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 서초구 한 재건축 공사장 현장. [이승환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아파트 현장에서 만난 시공사 관계자는 철도노조 파업 여파로 인근 공사 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그 불똥이 서울·수도권 주요 건설 현장으로 옮아붙고 있다. 화차 운행이 줄어들자 시멘트 운송량이 급감했고, 레미콘 출하까지 제한된 것이다. 레미콘을 이용한 골조작업은 본격적인 겨울철이 되기 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건설사 시공 수익 악화는 물론, 입주 일정도 지연되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남·강동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이달 초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단지별 차이는 있지만 일부 레미콘 공급사들이 물량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자 납품처 다변화, 공정 변경도 추진 중이다. 반포동의 한 재건축단지 관계자는 "아직 레미콘 납품량이 눈에 띄게 줄진 않았지만 협력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주요 협력사 출하량을 주간 단위로 추적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건설현장에서는 조업중단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서울에 공장을 둔 한 대형 레미콘기업은 원재료인 시멘트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최근 납품물량 30% 축소를 공식화했다. 영종도 등 신도시 현장에서도 레미콘 제한출하가 발생하고 있다.
레미콘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공정은 건물 뼈대를 올리는 골조작업이다. 거푸집 등으로 틀을 만들고 레미콘을 부어서 굳히는 과정이다.
건설 현장 관계자는 "동절기에 콘크리트 작업을 하면 평소보다 원가가 10%가량 상승한다"며 "그 때문에 겨울이 오기 전에 외관 골조를 마무리짓고 겨울에 내관 공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레미콘 공급차질이 심해지면 건설사들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으로부터 공사비를 받는데 철도파업 때문에 원가가 올라가는 것은 조합의 귀책사유가 아니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공사에서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는 공장 위치에 따라 철도나 해상을 이용해 운송한다. 철도 운송 비율은 40% 안팎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철도파업 46일째인 11일 오전 기준 열차 운행률은 평시의 81.1%에 달하지만 화물열차 운행률은 39.7%에 불과하다. 화물열차 운송의 약 40%가 시멘트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철도노조 파업 여파로 이달 들어 시멘트 운송량은 평시 대비 45% 수준으로
한국철도공사는 장기파업 해결을 위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집중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