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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 20년간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을 경험해온 일본 국민에게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일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실업률은 20년 이래 최저 수준인 3%까지 떨어졌고, 구직자 대비 일자리 수는 25년래 최고치인 1.38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 임금 상승률은 의미 있는 수치를 보이지 못했다.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낮은 데다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임금 상승보다는 고용 안정을 더 중요시하는 문화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분위기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당초에는 트럼프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각종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세금 감면, 규제 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 미국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부각되면서 엔화가 빠르게 약세로 전환되고 있다. 장기 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일본 중앙은행 발표도 엔화 약세에 힘을 보탰다.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경우 일본과의 금리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엔화 약세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들의 이익 증가 및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와 향후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일본 중앙은행이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일본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안정된 정치적 기반을 바탕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법안을 의회에서 빠르게 통과시켰다. 트럼프 당선자와도 발빠르게 만났다. 앞으로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업무시간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 숙원사업인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속속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들 역시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추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 관광, 유통, 건설, 농업 등 GDP의 70%를 차지하는 비제조업 분야는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개선의 여지 또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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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분위기를 감안할 때 엔화 약세 기조의 수혜주
[장희정 트러스톤싱가포르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