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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년부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도하는 신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며 자체 사업이 더 주목받을 전망이다. 주가 역시 무거운 지주회사 티를 벗고 성장주로 옷을 갈아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K가 육성하는 핵심 프로젝트인 인공지능(AI)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시작하기 때문이다.
23일 SK그룹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SK(주) C&C 부문이 IBM 왓슨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한국판 AI 사업 '에이브릴(Aibril)'이 상용화 단계에 돌입한다. 최근 문서 기반 AI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초 언어 기반 시스템까지 모두 완료한다는 내부 계획을 세웠다. 왓슨은 인간의 언어로 된 질문에 답하는 IBM AI 컴퓨터다. 2011년 미국 유명 퀴즈대회 '제프리 쇼'에서 우승해 유명해졌다. 에이브릴은 SK가 왓슨의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접목해 만드는 한국판 AI 시스템인데, 내년 시장에 내놓을 만큼 상용화 단계가 임박한 것이다. SK 내부에서는 에이브릴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이로 인한 신사업 발굴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를 클라우드와 결합해 내놓는 AI 클라우드 사업 분야에서 2018년 매출 3000억원, 2020년 매출 6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AI와 지능형 로봇을 결합하는 AI·로봇 분야에서 2020년 매출 4000억원을 찍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장에 AI를 접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2018년 매출 3000억원, 2020년 매출 5000억원을 기대한다. AI 기반 지능형 물류(로지스틱스) 분야에서도 2018년 매출 6000억원을 올리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SK 측이 AI 분야 전체에서 2018년 목표로 하는 영업이익만 2018년 630억원, 2020년 25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SK가 2020년 연결기준 순이익으로 1조5000억원가량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SK의 AI 분야 이익이 전체의 15% 안팎까지 성장하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증시가 AI를 비롯한 IT 분야 성장성을 인정해 높은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부여한다는 데 주목한다. 한국 대표 IT업체 네이버의 연말 기준 예상 PER는 40배를 훌쩍 넘는다. 1년 이익의 40배 정도가 현재 시가총액이란 얘기다. IT 분야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시장이 높은 수준의 PER를 인정하는 것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PER는 한때 100배에 육박해 고평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SK가 2018년 AI 분야 목표치인 63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여기에 PER 40배를 시장에서 부여받는다면 이론상 시가총액 2조5200억원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SK 주가는 23일 전일 대비 3.59% 오른 24만5000원에 마감해 시가총액 17조원을 갓 넘는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가 추산한 연말 기준 PER는 12배 안팎. 지주회사 측면이 강조된 지금까지는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했지만 성장주로 인정받게 되면 다른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SK는 내년 사업 상용화를 위해 올해 AIA생명, 고려대 융복합 의료센터, SM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회사와 AI 협약을 맺었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맞춤형 상용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다. 의사가 환자 상태를 한국어로 설명하고 각종 데이터를 첨부하면 AI가 환자의 현 상태와 치료가능성 등을 실시간으로 답하는 식이다.
AI는 최태원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은 SK가 추진해온 신성장동력이 하나씩 가시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AI 분야 IBM 맞수인 구글이 알파고를 무기로 국내외 여러 업체와 협약 체결에 들어가면 시장
그룹 차원 AI 프로젝트가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도 나온다. SK텔레콤이 자체 사업으로 운영하는 AI 로봇 '누구(NUGU)'는 지난 9월 말 출시된 이후 두 달 만에 판매 대수 1만5000대를 넘기며 선전하고 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