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90년대 초반부터 25년 가까이 국내 주식 펀드매니저로 일해온 중소 자산운용사 대표의 얘기다.
실제 펀드매니저가 직접 굴리는 액티브 국내 주식형 펀드의 시장(코스피) 대비 수익률이 올해 -9%로 사상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 동안 이어진 중소형주 강세 국면에서 초과 수익을 내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상대적으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를 많이 담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지난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화장품·게임·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중소형주 상당수가 20% 안팎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것이 올해 수익률이 나빠진 직접적 계기였다고 보고 있다. 여기다 올해 중순 이후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들에 대형주 중심의 벤치마크(BM)를 50% 이상 복제하라고 지시하면서 수급적으로 중소형주가 불리해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8일 매일경제신문이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주식형 펀드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1년간 연간 액티브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과 코스피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올해 펀드 수익률이 시장 대비 -8.9%로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수익률이 시장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낸 것은 2012년 -2.3% 이후 4년 만이다.
![]() |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잔액 46조2000억원 가운데 액티브펀드가 31조5000억원으로 68%를 차지한다. 인덱스펀드 투자 잔액은 14조7000억원으로 국내 주식형 전체의 32%다. 인덱스펀드의 경우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200지수를 주로 추종하기 때문에 올해 6.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액티브펀드 설정액 상위 10개 펀드의 삼성전자 평균 편입 비중은 약 10%에 불과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8%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밖에 담지 않은 셈이다. 가장 성과가 부진한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경우 삼성전자가 상위 10개 투자종목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끌어내린 종목으로는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아모레퍼시픽의 지주회사), 컴투스 3개 종목으로 압축된다. 각각 화장품과 모바일게임 업종의 대표 종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소형주가 상당히 조정받은 만큼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수급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달러 강세 국면에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 중심 대형 가치주의 상승세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좀 더 우세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내년에는 중소형주가 수급적으로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음식료와 바이오 업종은 여전히 실적 대비 주가(밸류에이션)가 비싸다"면서 "내년에는 대형주, 중소형주 할 것 없이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 위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