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분석 / LG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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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새해에도 구 회장의 자리는 건재하다. 하지만 그동안 승계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LG그룹의 발자취를 살펴봤을 때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곧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장남인 구광모 LG 상무는 언젠가 회장에 오를 예정이다. 1978년생으로 젊은 구 상무가 회장에 오르기 전 구본준 LG 부회장이 회장 자리를 잠시 승계할지가 최대 관심사지만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는 LG그룹의 전통상 구 상무의 승계는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같은 LG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기업으로는 LG상사가 꼽힌다. 이 회사가 경영권을 가진 물류회사 범한판토스 지분 51% 때문이다.
구 상무는 범한판토스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이 앞으로 구 상무 체제로 지배구조가 개편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입어 모기업인 LG상사 주가가 덩달아 주목받는 것이다. 구 상무는 범한판토스와 함께 LG(6.03%), LG상사(2.11%) 등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인 LG 주식은 사실상 승계 과정에서 활용될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구 상무가 범한판토스와 LG상사의 성장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LG상사와 구 상무는 2015년 초 범한판토스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범한판토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 10월 LG전자 소속이었던 물류업체 하이로지스틱스를 합병한 게 대표적이다. 항공과 해상물류가 주력 사업이었던 범한판토스와 육상물류 담당 하이로지스틱스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로 비용 절감과 시스템 효율화를 이루면서 인수 첫해인 2015년 1조5000억원가량이었던 물류 분야 매출액은 지난해 2조8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조원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LG그룹 측에서는 "범한판토스를 기업공개(IPO)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범한판토스의 IPO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재투자해 회사 규모를 더 키울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상사가 물류 부문에서 600억~7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가 추산하는 물류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범한판토스를 지금 당장 상장해도 시가총액 1조원 선에 오르는 것은 무난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하면 LG상사가 들고 있는 범한판토스 지분 51% 가치는 5000억원에 달한다. 2일 LG상사 주가는 2만9550원에 마감해 시가총액이 1조1454억원에 불과하다.
물류를 제외한 다른 사업에서도 LG상사 주가는 주목할 만하다. LG상사는 자원 개발을 비롯한 해외 사업 분야에서 큰 손실을 보며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138억원과 2171억원씩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LG상사는 자원 개발 등에서 기록한 손실을 대부분 회계장부에 반영했다.
지난해 말 석탄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점도 LG상사의 호재로 인식된다. LG상사는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서 석탄 광산에 투자하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석탄 가격이 지난해보다 올라 LG상사의 이익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 주가 대비 연말 예상 PER가 8~9배로 동종 업계 평균 PER(10~11배)보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